"걸어가면서 말 안 해"…이재명의 '선택적' 소통 데자뷔[국회기자 24시]

by이상원 기자
2022.07.30 11:30:00

언론에 `침묵`으로 유지하는 이재명
사망자 관련 질문에 일체 `입 꾹` 닫아
당원·지지자와 `트위터·유튜브` 소통
당권 후보로서 `선택적` 전략 고려해야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후보는 걸어가면서 말하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첫 등원을 하며 의원실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지난 2021년 11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정무조정실장을 맡은 강훈식 의원이 이 후보를 향한 취재진의 질문을 막아서며 나온 발언입니다.

약 9개월의 시간이 흘러 당권에 도전하는 이 후보의 태도는 그 당시를 생각나게 합니다. 이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솔직하고 시원한 사이다와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공식 석상 외 `백그라운드 브리핑`(백브리핑)의 발언에서 극도로 말을 아끼기 시작했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29일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유용 의혹`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전직 경기도 5급 공무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에 대해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 후보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공명선거 실천 협약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습니다.

지난해 12월 `화천대유 논란`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숨진 채 발견됐던 사건이 있었죠. 당시 이 후보는 “유한기 전 본부장의 명복을 빈다.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다시 `침묵`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대선 당시, (관련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에도 “미안합니다”라는 한 마디 외엔 입을 꾹 닫았습니다.



그는 8·28 전당대회 본선에 함께 오른 박용진·강훈식 후보 간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셀프 공천` 의혹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을 이어갔습니다. “후보는 걸어가면서 말을 하지 않는다”의 재현이었습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찬대 의원이 29일 강원도 춘천으로 이동 중 차량에서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이재명 유튜브 캡쳐)


한편 이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지지자들과의 소통은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29일 춘천에서 영서지역 당원 및 지지자 만남을 마친 뒤 오후 10시부터 2시간가량 지지자들과 `트위터 소통`에 나섰습니다. 이 후보를 보고 싶다는 지지자들의 발언에 경선 일정을 공유하며 “꼭 오세요”라며 화답하고 “10년 내에 맞팔(맞팔로잉) 안 하면 취소 눌러 버려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앞서 강원도 춘천으로 이동 중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와 동승한 차량에서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며 지지자들과 소통에 나섰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내가 아는 바로는 고학력, 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 지지자가 더 많다. 저학력, 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사기도 했는데요. 이어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때문에 그렇지. 언론 환경 때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의 `선택적 소통`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의혹 등 논란이 될 만한 답을 피하며 최대한 거리를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때때로 다듬어지지 않은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이 있었기에 즉흥 발언을 삼가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유력 당 대표의 후보로서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선택적 소통` 전략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