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몰랐던 윤석열, 사퇴 몰랐던 김종인
by장영락 기자
2022.01.04 08:28:32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국민의힘 선대위가 고의 정황이 보이는 소통 부족으로 종일 논란에 시달렸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선대위 쇄신 결정을 몰랐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자신이 사퇴한다는 소식을 몰랐다.
3일 국민의힘 선대위는 후보자도 모르는 쇄신 결정에 이어 총괄선대위원장이 모르는 총사퇴로 저녁 늦게까지 혼란에 빠졌다.
혼란은 이날 오전 윤 후보가 증권거래소 행사에 참석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선대위 쇄신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지난주만 해도 인적 구성 변화를 포함한 선대위 쇄신에 부정적이던 김 위원장은 전면 쇄신 계획을 밝혔고, 현장에서 쇄신 소식을 전해 들은 윤 후보는 사전에 계획을 전달받지 못한 듯 별다른 언급 없이 자리를 뜬 뒤 남은 일정을 취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에게 선대위가 요구한 것만 잘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논란의 발언까지 했다. 나름의 필승 전략을 주장한 것이었으나 대놓고 비선 정치를 지향하겠다는 의사 표명인데다 후보자의 그간 실언, 정책 몰이해 등을 사실상 자인하는 위험한 발언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쇄신에 미온적인 윤 후보 태도 때문에 일부러 계획을 알리지 않은 정황이 뚜렷해지자 선대위 측에서도 혼란스러운 결정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선대위 인사들이 대거 총사퇴하겠다는 계획이 나온 것이다.
앞서 쇄신 계획 발표에서 자신의 사퇴는 거론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은 사퇴 계획을 인지 못한 듯 질문이 나오자 “누가 그러냐”며 되묻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기습적인 쇄신 계획에 반발해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이 총사퇴 표명으로 맞선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실제로 하태경 의원은 4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사퇴 번복 해프닝이 선대위 ‘윤핵관’ 인사들의 고의적인 월권 행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김 위원장 사퇴는 “혼동이 있었다”며 없던 일이 됐고 윤 후보가 “모두 제 책임”이라며 수습에 나섰으나 유권자들은 하루 내내 제1야당 선대위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돌발 행태를 고스란히 다 보게 됐다. 4일 저녁 예정이던 KBS 인터뷰까지 취소한 윤 후보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일정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