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10년 전 떠난 최고은 작가를 다시 떠올린다
by장병호 기자
2021.01.29 0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9일은 최고은 작가가 세상을 떠난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던 고인은 가난 속에서 갑상선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다 향년 33세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죽음으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보호도 받지 못하는 예술인의 현실이 드러났고, 같은 해 11월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 2011년 1월 29일 최고은 작가의 죽음으로 예술인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 결과로 같은 해 11월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됐다. 사진은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산재보험 관련 사업 설명회 현장(사진=한국예술인복지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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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예술인의 삶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발표해온 ‘예술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예술인의 연간 예술활동 수입은 2015년 1255만원, 2018년 1281만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문화예술 활동이 대거 중단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발표할 조사 결과에서는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예술인의 삶이 나아지지 못한 데에는 정부의 무관심 탓이 크다. 최고은 작가의 사망이 이슈가 되자 부랴부랴 ‘예술인복지법’을 만들었지만, 그 뒤로는 다시 예술계를 외면했다. 2011년부터 예술인들이 요구해온 ‘예술인 고용보험’은 지난해 겨우 도입돼 시행 한 달을 넘어섰지만, 현장에서는 예술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업무만 과중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블랙리스트와 ‘미투’ 운동을 계기로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해온 ‘예술인 권리보장법’도 국회에 공을 넘긴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차트 1위 등의 업적 앞에서 ‘K컬쳐’를 치켜세우기 바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문화예술계 목소리에는 정작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 문화·체육·관광과 관련된 이력이 전무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되면서 예술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있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고은 작가의 10주기, 정부가 고인의 죽음을 벌써 잊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