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유튜브서 먹방·쿡방…소통의 신세계 연 'YJ로그' 정용진

by함지현 기자
2021.01.13 05:30:00

이마트·스타벅스 공식 채널 등장…예정에 없던 요리까지
친근·신선함으로 구독자 증가…언급 상품 판매도 늘어
개인 호감도, '이마트' 브랜드 긍정 이미지로 이어질 듯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유튜브 홍수 시대. 차별화 콘텐츠가 넘쳐나는 가운데 사람들은 재벌가 오너들의 생활에도 관심 가진다. 재벌 유튜버로 인기가 높은 오뚜기 3세 함연지조차 ‘찐 재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유튜브가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 온라인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얼굴을 합성해 ‘경쟁사 스마트폰 써보니’, ‘동생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돈 안 내고 튀기’ 등 가상 섬네일을 제작하며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 있다. 바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 소통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이번에는 ‘유튜버’로 변신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은 필수입니다”를 외치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유통업체 오너의 신선한 모습에 구독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마트 공식 유튜브채널 ‘이마트LIVE’)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마트 공식 유튜브 계정 ‘이마트LIVE’에 올라온 ‘배추밭 비하인드와 시장에서 장 본 이야기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에 직접 출연했다.

그는 해남의 한 배추밭에서 수확을 돕고 직접 배추로 요리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춧잎을 쪄서 내용물을 더해 말고 그 위에 유산슬과 같은 양념을 얹어 낸 배추쌈은 당초 계획에 없던 요리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주 공개한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앞치마와 본인 소유의 요리용 칼을 직접 가져올 정도로 의욕을 보인 그의 요리 솜씨에 동행한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배고파, 추워”라며 배추로 2행시도 짓고, 오일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면서 본인을 모르는 상인으로부터 “셰프냐”는 질문을 받고는 “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호떡도 직접 집게로 종이컵에 담았다. 유튜버들이 일상을 공개하는 브이로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번 영상은 지난달 17일 이마트 공식 계정을 통해 공개된 ‘정용진 부회장이 배추밭에 간 까닭은’ 촬영의 뒷이야기다. 이마트와 인연을 맺은 해남의 한 배추 산지의 모습을 담은 내용으로, 정 부회장이 광고 모델과 내레이터로 ‘활약’한 영상이었다.

향후 정 부회장은 또다시 이마트LIVE에 출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마트LIVE는 올해 구독자가 50만명이 된다면 ‘YJ의 밸런스 게임’에 도전하겠다고 공약했고, ‘YJ로그’라는 별도 분류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밸런스 게임은 선택하기 난감한 두 가지 예시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정 부회장의 유튜브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공식 유튜브 계정 ‘스타벅스 코리아’에 출연했다.

국내 진출 21주년 기념 출연이라 영상 길이 역시 21분 21초에 맞춘 해당 영상에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와 51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인스타그램 인기 비결 등을 공개했다.



좋아하는 음료는 ‘자몽허니블랙티’, ‘제주유기농말차라떼’, ‘나이트로콜드브루’를 꼽았다. 인스타그램 인기 비결은 ‘직접 하면서, 유머러스하고, 글이 길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연초에는 신세계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 ‘신세계그룹 인사이드’를 통해 신년사도 선보였다.



정 부회장이 적극 출연하자 계열사 유튜브 채널들도 효과를 톡톡히 보는 모습이다. 일단 유튜브 구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마트LIVE의 경우 이전까지 13만 8000명이던 구독자가 배추밭 출연 영상 이후 한순간에 1만 7000명이 늘어나며 15만명을 넘어섰다. 출연 영상 자체도 126만회라는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출연 이후로는 구독자 수가 4만 5000명에서 6만 4000명으로 약 2만명 가량 증가했다. 해당 영상 자체도 29만회로, 계정 동영상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정 부회장이 즐겨 마신다는 나이트콜드브루의 경우 영상 공개 이후 보름 동안(12월 1일~16일) 판매가 평소의 3배까지 증가했다.

정 부회장이 직접 출연해 친근한 모습을 보이자 호평이 이어졌다. 틀에 박히지 않은 모습에 신선함이 느껴진다거나, 오너가 직접 나서니 광고가 더욱 와 닿는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구독자 수 증가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이마트’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호감도 상승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쌓이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 좋은 실적으로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대형 할인마트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마트에 대한 순호감도(46.15%)가 홈플러스(39.7%)나 롯데마트(38.97%)보다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직접 인스타그램에서 일상과 경영을 오가는 글을 올리면서 본인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호감도와 관심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채널인 유튜브 출연이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