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인수하면 바로 2등’…시작 전부터 뜨거운 요기요 인수전

by김성훈 기자
2021.01.05 01:30:00

요기요 인수전 앞두고 M&A 시장 꿈틀
인수와 동시에 시장점유율 2위 ''매력''
잠재적 원매자들 거론…컨소시엄 유력
2조 기업가치 유지·DH 협상전략 분수령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시장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인수와 동시에 언택트(비대면)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배달 서비스 분야 2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국내 1위 배달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 인수를 대가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을 ‘요기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공식적인 스케줄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요기요 인수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네이버(035420)나 카카오(035720) 등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나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까지 원매자 후보군에 오르며 M&A 시장 최대어로 떠오른 모습이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원매자인 DH가 어떤 매각 전략을 펼칠지가 인수전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평가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DH에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 인수를 위해 ‘요기요’를 운영하는 DHK의 지분 전량을 6개월 안에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DH는 공정위 결정 수용 입장을 내고 ‘요기요’ 매각 방침을 공식화했다. 한 해가 저무는 시점에 나온 뜻밖의 대형 매물에 시장에서도 관심이 달아오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인수와 동시에 업계 2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현재 배달앱 업계 시장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은 지난해 배달의 민족이 78%를 차지한 가운데 요기요가 19.6%로 2위를 형성하고 있다. 배달통과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들의 점유율(2.4%)을 모두 합쳐도 요기요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망 업종 2위권 매물이 M&A 시장에 나왔을 때 다자구도 경쟁 속에 가져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점유율 확보가 여의치 않던 배달앱 시장에서 인수와 동시에 유력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지나칠 리 없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035420)나 카카오(035720) 등 대형 온라인 사업자가 요기요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남 부럽지 않은 모바일 사용자를 확보한 두 회사 입장에서는 해마다 급성장하는 배달앱 시장을 지나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차 증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 6000억원(추정치)로 5년 새 7.7배나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보유한 배달의 민족 지분(4.7%) 때문에 겸업금지계약을 체결한 상태여서 나서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네이버가 요기요 인수를 전제로 보유 주식을 전액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문학적 금액을 보유한 PEF 운용사들도 요기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밸류업(가치상향)을 통한 수익 창출에 방점이 찍혀 있는 PEF입장에서는 요기요가 매력적인 매물일 수 밖에 없다.

때마침 국내 빅3 PEF로 꼽히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조성한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먼저 모은 펀드) 규모가 사상 최대인 14조원에 육박하면서 자금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M&A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컨소시엄 형태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독 입찰이 부담스러운 전략적투자자(SI)들이 PEF 운용사들과 의기 투합할 경우 자금이나 전략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대어를 낚을 환경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관건은 인수가격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DH의 협상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는 대략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우아한형제들이 4조8000억원에 매각된 것을 기준으로 업계 2위 사업자라는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다소 과하게 책정됐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소식이 나온 첫 날 1조원 중반 얘기가 나오다가 이튿날 바로 2조원대로 밸류가 뛰는 등 현재 거론되는 밸류에이션은 확정된 부분이 없다”며 “구체적인 원매자들의 면면이 정해지고 난 뒤 인수 열기에 따라 재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DH의 협상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DH는 단순 금액적인 부분 외에도 향후 국내외 시장 경쟁 등의 요소도 복합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우위를 점했던 우아한형제들의 의견도 반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유력 원매자들을 되도록 배제한 인수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DH가 복잡한 조건을 내걸며 경쟁자 배제에 나설 경우 인수전 흥행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위가 제시한 매각 유예조건까지 정해진 상황에서 조속한 시기에 인수전 판가름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