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선방' 아웃백·매드포갈릭, 서로 다른 생존전략

by김무연 기자
2020.12.01 05:30:00

패밀리 레스토랑 침체기에 사모펀드가 인수
양사 모두 인수 뒤 실적 개선세 뚜렷
아웃백, 유통 시스템 개선해 음식 질 높여
매드포갈릭, 빅 데이터 이용한 효율성 꾀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BI와 매드포갈릭 BI(사진=각 사)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코로나19로 외식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조용히 성장 가도를 달리는 두 곳이 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와 매드포갈릭이다. 양사는 대기업 소유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일제히 하락세를 겪을 때에도 꾸준한 실적 개선을 이뤄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양사는 모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인수됐단 공통점이 있다. 아웃백은 2016년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이하 스카이레이크)에, 매드포갈릭은 2014년 어펄마캐피탈매니져스코리아(옛 스탠다드챠타드 프라이빗에쿼티, 이하 어펄마)가 사들였다.

새 주인을 만난 뒤 두 기업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아웃백의 경우 인수 당시 1941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2543억원으로, 26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167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매드포갈릭을 운영하는 엠에프지코리아 또한 지난 2015년 매출액 675억원, 영업이익 1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액 742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양사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취한 방향은 다르다. 아웃백은 식자재 유통망 개선 등으로 티본스테이크 등 고급스러운 메뉴를 선보여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면, 매드포갈릭은 빅 데이터를 활용한 인력 및 접객 효율화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토마호크 스테이크.(사진=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스카이레이크가 아웃백을 인수할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TGIF 등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가하면 베니건스는 한국 시장 철수를 서둘렀다. 여기에 파인다이닝 열풍이 불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은 점점 높아져 웃돈을 주고 고품질의 스테이크를 찾기 시작했다.

다만 스카이레이크는 아웃백이 보유한 ‘스테이크 하우스’란 정체성이 샐러드 바 등을 운영하는 기타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높아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품질의 스테이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자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아웃백은 즉각 공급망관리 시스템(SCM)을 개선해 기존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대체했다. 고기가 바뀌다보니 고객들의 만족도도 올라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웃백은 2017년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선보였다. 토마호크는 최고급 품종의 소인 블랙 앵거스의 고급 부위를 뼈 있는 그대로 사용했다. 당시 뼈를 그대로 붙여서 내놓는 스테이크가 흔하지 않았던 까닭에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인터넷 상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인기를 끌자 티본, 엘본 등 고급 스테이크 수요도 늘었다. 고가 상품이 인기를 얻자 수익성도 개선됐다. 고기뿐만이 아니라 고기를 굽는 인력 관리에도 힘썼다. 뼈가 붙어있는 고기는 굽기가 어려워 꾸준한 교육이 필요해 고기만 전문적으로 굽는 스테이크 전문가를 양성했다. 파인 다이닝 셰프엔 미치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품질의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는 게 아웃백 측의 설명이다.



신 메뉴를 내놓는 한편 기존 인기 메뉴는 그대로 이어갔다. 식전 빵인 부시맨 브레드와 아웃백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투움바 파스타는 지금도 아웃백에서 고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메뉴 중 하나다. 15개의 배달 전문 매장도 코로나19 시국에서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아웃백은 올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출은 5% 이상 신장하고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종로구 매드포갈릭 광화문D타워점에서 진행된 외식 플랫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김채희 KT AI/빅데이터 사업본부장(왼쪽)과 윤나라 엠에프지코리아 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KT)
기존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메뉴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비쌌던 매드포갈릭은 기존 품질을 유지하되 군살을 빼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시한 것이 바로 빅 데이터다. 매드포갈릭은 고객 데이터를 매주 분석해 어떤 메뉴가 잘 팔릴 것인지, 해당 점포 인력은 얼마나 필요한지 가늠하고 이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또 KT에 3년 치 매출 데이터 등을 공유해 고도화된 매출 예측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날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바뀌는 매장 매출을 가늠해 재고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단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식음료 업계는 자사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런 폐쇄적인 구조로는 더이상 시장에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 윤나라 매드포갈릭 대표의 의견이다.

인력 효율화에도 힘썼다. 우선 음식 품질과 직결되지 않은 식자재 손질 등 단순 노동 작업은 외주로 돌렸다. 또 매장 직원들이 셰프에게 직접 도제식으로 배우는 기존 요리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온라인으로 칼질, 요리 등을 교육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예약 응대도 KT와 함께 개발한 ‘보이스봇’으로 대체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다양한 신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매드포갈릭은 지난 9월 와인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3개월 구독료로 6만4000원을 내면 8만원대 와인을 2만원대에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이밖에 배달 서비스는 물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식자재 유통몰 ‘매드마켓’ 운영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페이코인과 손잡고 매장에서 가상화폐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데이터온’이란 자회사 만들어 데이터 비즈니스 사업도 전개한단 방침이다. 현재 외식업 관련 데이터는 매장 판매, 배달 앱 판매, 네이버 등을 통한 식자재 판매 등으로 파편화됐다. 이에 따라 외식업체가 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해 각 채널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기는 어렵다. 매드포갈릭은 우선 데이터온의 사업을 자사에 적용해 본 뒤 향후 다른 외식업체들에 서비스를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윤나라 엠에프지코리아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41개의 매장도 내년 코로나19 상황이 잦아들면 60여 개까지 확장할 예정”이라면서 “코로나19로 매출이 늘진 않겠지만 수익률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