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트럼프, 재선해도 낙선해도 '새역사'…14년 법칙 깨지나?
by이준기 기자
2020.01.04 08:00:00
트럼프 패배 땐 ''경제가 대선 결정'' 공식 정면 위배
''1972년 상원의원 배지'' 바이든, 14년의 법칙 깨나
역사상 첫 여성·유대인·커밍아웃 대통령 나올 수도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2020년 미국의 선거는 역사를 깰 것이다.”
미국의 시사 월간지 ‘더 아틀란틱’(The Atlantic)이 1일자 온라인판에 내놓은 기사의 타이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왕좌를 지키든, 아니면 트럼프와 일합을 겨룰 민주당 내 이른바 ‘빅4’ 중 누군가가 그 자리를 쟁탈하든, 미국의 대선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역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나올지, 전통의 ‘14년의 법칙’(the Rule of 14)을 깨는 첫 대통령이 나올지 미 호사가들의 입은 분주하다.
먼저 트럼프는 미 하원으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하고도 재선에 성공한 첫번째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지난해 12월18일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따른 트럼프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탄핵소추안이 상원의 문턱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의석수가 45석(공화당 53석·무소속 2석)에 불과해 67석(정족수)을 채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종합해 볼 때, 2016년 대선 때에 이어 또다시 투표수에서 지고, 선거인단에서 이기는 상황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이 역시 미 대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에게 패한다고 해도, 역사책을 다시 써야 할 판이다. ‘경제가 대선을 결정한다’는 대선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르기 때문이다.
1980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누른 로널드 레이건(공화당) 전 대통령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딛고 경제를 회복시킨 후 1984년 재선에 성공했다. 레이건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도 이를 지렛대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아버지 부시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 대권이 이양됐던 1992년은 미국이 ‘짧은’ 경제침체를 겪을 때였다. 미 역사상 가장 허약했던 대통령으로 평가받은 조지 W. 부시(아들 부시)도 2004년 미 경제의 회복기에 기대 재선에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재앙을 마주했던 2008년 정권을 탈환했고, 미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진 2012년 재선됐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16년 미 경제가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트럼프에게 패했다. 다만 힐러리는 투표수로는 트럼프를 제쳤었다.
현재 미 경제는 반세기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한 낮은 실업률과 꾸준한 임금 상승을 바탕으로 한 견조한 소비로 말 그대로 ‘훈풍’이 불고 있다.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민주당 후보들이 대권을 가져와도 미 대선 역사는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
이른바 ‘14년의 법칙’이다. 주지사나 상원의원, 부통령 등 고위직에 당선된 뒤 14년을 넘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일종의 ‘징크스’다. 정치 평론가인 조너선 라우시가 2003년 유명 정치잡지 ‘내셔널 저널’에서 주장한 이 법칙은 미 국민이 그만큼 ‘신선한 인물’을 찾고 있는다는 방증이다.
이 법칙에 대입해 보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탈락 1순위’ 후보다. 그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해는 1972년으로, 무려 48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대선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권 문턱에서 무릎을 꿇은 앨 고어 전 부통령이나 힐러리 모두 상원의원 취임 후 15년이 지난 시기에 대선에 도전했었다.
바이든(77)을 비롯한 버니 샌더스(78)·엘리자베스 워런(70)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37)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등 이른바 민주당 ‘빅4’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역사상 최고령 또는 최연소 대통령으로 남게 된다.
지금까지 최고령 대통령은 종전의 레이건(취임 당시 69)을 누른 트럼프였는데, 취임 당시 그의 나이는 정확히 만 70세 220일이었다. 최연소 대통령은 42세의 나이로 백악관에 입성한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워런은 백악관행(行)이 결정된다면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부티지지는 첫 커밍아웃 대통령으로, 샌더스는 최초의 유대인 대통령으로 각각 역사책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