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바이오 뚝심투자 결실..유럽 생산거점 확보

by성문재 기자
2017.06.18 10:00:00

글로벌 제약사 BMS 유럽 생산공장 전격 인수
국내기업 인수 첫 사례..핵심시장 공략 본격화
"SK 기술과 BMS 판매망 시너지..지속 협력"
바이오·제약 육성 의지.."2020년 기업가치 4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바이오·제약 사업의 ‘딥체인지’를 주도할 돌파구를 마련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유럽 현지 생산공장을 전격 인수한 것. 세계 CMO(위탁생산회사) 시장을 양분하는 유럽 지역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의약품 핵심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034730)㈜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아일랜드 스워즈(Swords)시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Myers Squibb)의 대형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한다고 18일 밝혔다. 공장 규모는 8만1000ℓ에 달한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설비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는 이번 인수를 통해 핵심 성장 사업인 바이오·제약 영역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SK바이오텍은 이번 인수로 생산 설비와 전문 인력은 물론 BMS의 합성의약품 공급계약과 스워즈 공장에서 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공급계약까지 넘겨받았다.

SK㈜ 관계자는 “BMS가 판매중인 주요 제품 공급계약까지 인수하는 것이라 BMS 측에서도 인수 상대를 까다롭게 선별할 수 밖에 없었다”며 “SK바이오텍은 지난 10년간 BMS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해 온 주요 공급사로, 세계 최초 양산화에 성공한 연속반응기술 등 독보적 기술과 품질관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이 BMS로부터 인수한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 위치. SK㈜ 제공.
BMS가 보유한 글로벌 판매망과 생산노하우가 SK바이오텍의 기술력과 만나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워즈 공장은 BMS가 생산하는 합성의약품 제조 과정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업계가 “고난이도 제품을 수십년간 이슈 없이 생산하고 어려운 요구에도 늘 해결책을 제시해 온 업계 최고의 의약품 생산 공장”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특히 스워즈 공장에서 생산되는 원료의약품은 인구고령화로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항암제, 당뇨치료제 및 심혈관제로 시장 전망이 밝은데다 BMS·아스트라제네카 등 선진 제약사들의 제품이 대부분이라 SK바이오텍의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아일랜드 정부 및 아일랜드 투자청(IDA)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성사된 것인 만큼 추후 유럽 내 CMO 사업확장에도 지속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워즈 공장 개요(자료: SK㈜)
최태원 회장은 성공여부가 불확실한데도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제약 산업에 20년 이상 장기 투자를 계속해왔다. 지난 2007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의 투자와 연구 역량을 결집해 왔다.

최 회장의 이같은 뚝심있는 장기 투자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텍은 202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기업가치 4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전세계 의약품 생산시장 규모는 620억달러(약 70조원)로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6%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

130년 전통의 세계적 제약사인 BMS는 작년 19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BMS가 스워즈 생산부문을 매각한 것은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진 전문 CMO에 생산을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전문CMO에 생산을 맡기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BMS 외에 노바티스도 2010년 이후 25개 생산시설을 매각했다.

SK바이오텍은 20여년간 합성 원료의약품을 생산해왔으며 90% 이상을 북미·유럽의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고 있다.

박준구 SK바이오텍 대표는 “SK바이오텍과 스워즈 공장의 기술력과 품질관리 노하우가 만들어낼 시너지에 고객사들이 벌써부터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증설 등 사업확장을 가속화하고 내부 연구개발(R&D)역량을 결집시켜 고부가가치 상품 수주를 통한 밸류업(Value-up)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BMS 측은 “SK바이오텍은 BMS의 의약품 초기 개발단계부터 상업적 생산에 이르기까지 신뢰하는 파트너”라며 “오랜 시간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협력을 지속해 최고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SK바이오텍은 현재 세종 명학산업단지 내 16만ℓ 규모의 증설을 완료했으며 2020년까지 80만ℓ 규모로 생산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 300억원을 달성하는 등 매년 20~30%의 실적 개선을 기록 중이다.

SK바이오텍이 BMS로부터 인수한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 전경. S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