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①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 "흙 속의 진주 같은 주식, 경제신문에서 캐내라"
by오희나 기자
2017.03.29 06:00:00
앤서니볼턴의 '투자의 전설'
28년간 누적수익률 1만4000% 기록한
앤서니볼턴의 철학 담겨
펀드 매니저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불확실성시대 '역발상 투자' 주목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준비되지 않은 은퇴 세대가 쏟아져나오는 것은 불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펀드 산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커져야 합니다. 국민들의 은퇴 이후 노후자산을 책임져야할 사명이 있는 자산운용업계 펀드 매니저들이 금과옥조처럼 읽어야 할 책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KTB빌딩 본사에서 만난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앤서니볼턴의 ‘투자의 전설(Investing against Tide)을 추천했다.
지난 20년간 디스커버리펀드, 피델리티코리아펀드 등 국내 펀드 시장의 한 획을 그었던 대표 펀드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용했던 김 대표는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20년 이상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 명성을 쌓은 투자 전문가다. 그는 피델리티에서 직장 동료였던 앤서니 볼튼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그의 투자철학과 운용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볼튼은 1979년 피델리티의 대표펀드인 ‘글로벌 스페샬 시추에이션 펀드’의 운용을 맡아 2007년말까지 28년간 누적 수익률 1만4000% , 연평균 19.5% 수준의 놀라운 기록을 남긴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다. 피델리티의 대표 매니저로 영국에서 활동해 유럽 및 홍콩 등지에서는 피터린치보다도 더 알려져있다.
김 대표와 앤서니 볼튼과의 인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콩에서 처음 만나 이후 수년동안 중국기업들과의 미팅이나 회의 등에서 투자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 인연으로 200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투자의 전설’ 한국어 출간기념 컨퍼런스에서 앤서니 볼튼과 함께 책을 소개하며 증시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국 금리인상, 영국 브렉시트, 트럼프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불확실성을 내포한 굵직한 이벤트들은 이미 지나갔거나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며 “지금처럼 새로운 상황이 전개돼는 시점에서 앤서니 볼튼의 역발상 관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책에서는 불확실성이 점증할 때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생기지만 불확실성이 정점을 지나고 나면 결국 주가는 기업의 이익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며 “역발상 관점에서 주식투자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할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이 책은 기존 투자의 교과서로 불리는 책들이 다루고 있는 1930년대~1970년 대 ‘호랑이 담배피던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최근의 사례를 통해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의 노하우와 분석방법, 실수 사례 등 모든 부분을 생생하게 담고 있어 사표(師表)로 삼을만 하다”며 “그의 투자철학과 투자에 대한 태도를 닮기 위해 항상 곁에 두고 읽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을 옆에서 보니 노인이라고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살아있는 눈매와 눈빛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했다”며 “차 한잔 마시는 시간에도 상대방에게 면접을 보듯 쉴새없이 질문하고 답을 얻고자 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일례로 비행기에서 만난 중국 애널리스트에게 4시간 동안 끊임없이 질문을 통해 알리바바를 발굴했던 일화는 유명하다고. 당시 금융위기 직후 중국 ‘China special situation’펀드를 출시해 그 시기에 믿을수 없는 수익률을 보여줬던 이면에는 왕성한 호기심이 동력이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디스커버리 펀드를 운용했을때 일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2001년 당시에도 토요일에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아 자산운용사는 휴무를, 판매사인 증권사는 영업점을 열어 입출금 펀드 청약 업무 등을 할 때인데 약 100여명의 사람이 객장에서 번호표를 들고 줄을 서 있었다. 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의 시차를 활용해 차익을 얻으려는 ‘스마트 머니’들이었다.”
당시 금요일 미국증시가 4% 이상 급등 마감했는데 14시간 시차인 한국에서는 토요일에 펀드로 입금하면 디스커버리펀드는 금요일 종가 순자산가치(NAV)로 반영했다. 미국장 폭등으로 월요일 오전 동시호가가 갭 상승해 월요일에 펀드로 입금하는것보다 미국시장 상승폭만큼 추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당시 금요일에 주식 편입비 97%, 현금 3%로 마감했는데 이날 100여명의 스마트한 고객들로 인해 100억여원이 추가로 입금돼 편입비 70% 상태로 갭상승을 맞아 월요일 하루 동안 시장수익률을 하회했다”며 “디스커버리가 300억원대로 전체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토요일 고객들이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나눠 갖는 형국으로 그들은 단 하루만에 선취보수 1%를 제외하고도 3%의 무위험 수익을 가지고 갈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후 1년 뒤에 토요일 펀드 설정을 못하도록 법이 바뀌는 등 제도나 시스템등이 발전하면서 예전과 같은 차익거래 등의 기회는 줄었지만 부지런하고 스마트한 고객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앤서니 볼튼과 피터린치 처럼 일상에서 주식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피터린치가 딸과의 대화를 통해 80년대 가장 수익을 많이 남긴 갭과 바디샵을 발굴했던 것처럼 ‘별풍선’이란 용어를 중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알게됐고 ‘아프리카티비’(당시 나우콘)을 발굴했다”며 “호기심을 갖고 일상이나 경제신문을 보면 투자의 대가가 아니더라도 케이블TV에서 추천하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식을 권유받고 따라사는 것보다 실패의 확률은 적고 성공의 확률은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주식이나 펀드는 분산투자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펀드투자도 분산투자를 해야한다. 세개 이상 펀드에 지역·스타일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펀드투자는 간접투자기에 무엇보다 운용사의 운용철학, 시스템, 운용역의 과거 운용 성과, 경력등을 꼼꼼히 따져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한국 주식시장의 중기 성과가 일정 지수대에서 등락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지만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시기는 빨라져 인생사이클에서 상대적으로 근로소득을 벌어들이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며 “근로소득 이외 금융소득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필수적 생계수단으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은퇴세대가 쏟아져나오는 것은 불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펀드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더 성장해야 한다”며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투자를 할수 있도록 정부에서 세제혜택 등을 통해 유인책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금융투자업계도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도입으로 많은 지점이 사라졌듯이 인공지능 등의 도입은 은행, 증권, 자산운용업의 위기가 될수 있다. 3~5년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얼마 전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다. 작년 1월 부임한 후 해외 대체투자본부와 멀티에셋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대주주인 KTB투자증권에 이병철 부회장이 부임하면서 전문 인력을 공급받아 자산운용에 해외 대체·인프라 전문 인력이 11명에 달한다. 이를 통해 불과 7~8개월만에 4건의 펀드를 설정완료해 2177억의 설정액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지난 1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5년말 70명에서 현재 80명까지 늘었고 그 중 38%를 직접 채용했다”며 “해외 부동산 인프라 등을 투자하는 해외대체본부와 글로벌 ETF 등 다양한 자산에 배분한 상품을 제공하는 멀티에셋본부를 신설해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위주에서 벗어나 체질을 탈바꿈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2018년말까지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해 과거 주식명가의 명성을 되찾고 기관·개인고객 모두에게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는 경쟁력있는 운용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올해 자산운용업은 5~7% 성장할 것으로예상되는데 시장성장률의 두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월20일에는 세계 유수 글로벌 헤지펀드 10개를 선택해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오브 헤지펀드’를 출시했다. 신한금융투자와 과거 3년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50억원 규모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연간 7% 수준 절대수익률을 기록했다. 신규 설정한 2호, 3호 펀드에 200억원 규모 자금이 몰려 인기를 실감했다.
김 대표는 “국내 헤지펀드 산업이 누적 7조원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1년동안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는 많지 않다”며 “국내 시장에서는 롱숏이나 이벤트 드리븐 등의 전략을 활용하기에는 시장의 깊이 얇은 탓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헤지펀드도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며 “글로벌 펀드 오브 헤지펀드는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주식 시장은 밸류에이션이 저점 수준으로 선거를 앞두고 중소형주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시장이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경기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시장 밸류에이션은 PBR 0.9배로 2008년 리먼사태 당시 기록했던 저점 수준까지 하락했고, 주가수익비율(PER)도 지난 20년 밴드 하단에 닿아있다”며 “수출 대형주 시장 주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자리·창업·중소기업육성 등 정책적 대안이 제시되고 하반기부터 중소형주의 강세가 전개되면서 시장이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우 대표는 1967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국제 금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하나은행 입행 이후 주식·채권 등 다양한 운용경험을 한 후 200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옮겨 자신의 이름을 걸고 ‘디스커버리 펀드’를 출시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전체 공모주식펀드중 연간 상위 1%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후 2004년 약 2000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피델리티(FMR, FIL 포함)가 한국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면서 김 대표를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영입했다. 2006년 한국 주식투자부문 대표로 역임하며 재직기간 11년 동안 평균 1조 5000억원 규모의 한국과 해외의 기관·개인투자자를 위한 펀드를 운용했다. 그는 외국과 국내의 개인투자가를 위한 공모형 한국(Korea)펀드를 동시에 운용했던 최초의 한국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지난 2016년부터 KTB 자산운용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