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본 2013 공연계] ② 첨단기술로 '장기'공연
by이윤정 기자
2013.12.24 08:45:53
| 지난달 22일 국내에서 첫 한국어 버전을 선보인 뮤지컬 ‘위키드’는 폐막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 형태로 공연된다(사진=권욱 기자ukk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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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콘푸오코(Con fuoco). 불같이 열정적으로란 뜻의 악상기호다. ‘2013 공연계’는 뜨거웠다. 블록버스터급 대형작들이 쏟아져 공연계를 달궜다. 국내 최대 공연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뮤지컬·연극·클래식·무용 공연 수는 지난해에 비해 100편 이상 늘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이로 인한 ‘불똥’도 적잖게 튀었다. 뮤지컬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정 공연·소재에 집중된 ‘편식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공연계를 네 가지 키워드로 짚어봤다.
△뮤지컬 ‘장기’시대를 열다
2013년은 공연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5개월 이상 장기 공연하는 작품도 늘어난 한 해였다. 27년 만에 한국어로 초연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영화 흥행에 힘입어 무대에서의 신드롬도 이어갔다. 지난해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시작해 대구·부산·서울 순으로 투어공연을 진행했다. 이중 서울공연 기간만 지난 4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총 5개월. 통상 2~3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약 2배 이상 길었던 셈이다. ‘레미제라블’은 티켓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집계 결과에서도 올해 가장 많은 유료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로 꼽히는 등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달 22일 국내에서 첫 한국어 버전을 선보인 뮤지컬 ‘위키드’의 경우는 아예 폐막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 형태다. 옥주현·정선아·박혜나 등 화려한 캐스팅과 의상 등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은 ‘위키드’는 지난해 오리지널 공연의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막을 올린 뮤지컬 ‘고스트’의 첫 라이선스 공연도 내년 6월까지 7개월간의 일정이 잡혀 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해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신개념 무대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장기공연은 특히 제작비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형작품에서 주로 진행한다. ‘레미제라블’은 총 제작비 200억원, ‘위키드’는 250억원, ‘고스트’는 15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영화의 경우 완성된 제작비에서 관객이 동원되는 대로 수익이 늘어나지만 뮤지컬은 한 번 공연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충분히 검증된 공연의 경우 흥행성을 고려해 장기공연을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 올해 2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랐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서는 최첨단 3D 맵핑 기술을 사용, 돌하르방의 표정을 생동감있게 살려냈다(사진=CJ 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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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만난 신기술
21세기 기술의 발전은 공연의 질도 높였다. 이제는 극장에 앉아 클래식이나 발레공연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예술의전당은 공연실황을 영상물로 제작해 전국 공연장과 영화관 등에 보급하는 ‘콘텐츠 영상화 사업’(SAC on screen)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시작은 지난달 16일에 열린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토요콘서트‘였다. 이 음악회 영상은 같은 시간 전국의 문예회관과 CGV압구정·대구·서면 등 영화관 9개소에서 동시 생중계됐다.
내년 1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디셈버’는 국내 뮤지컬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홀로그램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제는 쉰 살이 된 홀로그램 속 김광석이 주인공과 함께 듀엣을 부른다. 뮤지컬 ‘고스트’에서는 화려한 LED 기술을 사용해 주인공이 벽을 통과하는 듯한 장면 등 마술과도 같은 효과를 구현해냈다.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영화 ‘해리포터’의 마술효과를 담당했던 폴 키에브 등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무대 전용장치와 LED패널, 특수효과 비용 등에만 총 제작비의 3분의 1에 달하는 45억원이 쓰였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올려졌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서는 입체감 있는 물체에 자연스럽게 영상을 입히는 최첨단 3D 맵핑 기술이 사용됐다. 이 기술 덕에 극 중 돌하르방은 방자의 노래에 맞춰 객석을 향해 웃음을 짓고 눈을 깜빡이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