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믹스·겜보이를 아시나요…추억속 힐링 '이발소밑 게임가게'[툰터뷰]
by김혜미 기자
2024.07.14 10:12:46
'믿고보는 작가' 하일권 작가 인터뷰
"달리다 넘어지고 꺾였을 때 잠시 쉬어갈 수 있길"
"마음의 병에 지지않고 버틸 수 있는 힘 얻었으면"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들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을 필두로 한 ‘K팝’을 비롯해 ‘K푸드’, ‘K패션’ 등 ‘K’는 한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웹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거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이지를 넘겨보는 방식의 웹툰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콘텐츠입니다. 최근에는 네이버웹툰이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기업들이 즐비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습니다. 이데일리는 또 하나의 ‘K’ 신화를 만들어 갈 국내 웹툰작가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합니다.[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80년대생인 기자는 어릴적 친구집에 가면 꼭 하는 게임이 있었다. 바로 ‘요술나무’. 당시 대우 재믹스, 현대 컴보이와 함께 3대 콘솔게임이었던 삼성 겜보이 전용으로 나온 게임이었다. 머리에 깃털을 꽂은 인디언 아이가 끝없이 나무를 올라가며 과일도 따먹고 사냥도구도 모으는, 단순하지만 어린이들이 즐기기에 재밌고 승부욕도 어느 정도 자극하는 그런 게임이었다. 엄격한 부모님께 콘솔의 ‘ㅋ’자도 꺼내지 못하던 차에 요술나무를 하러 매일같이 친구집을 들락거렸던 기억이 있다.
| 하일권 작가의 최신작 ‘이발소 밑 게임가게’.(네이버웹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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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겜보이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웹툰이 등장했다. 바로 하일권 작가의 ‘이발소 밑 게임가게’다. 오래전부터 하 작가의 웹툰을 즐겨보긴 했지만, 이번처럼 ‘같은 또래’임을 공감케하는 작품은 없었다. 40대에 접어든, 80년대생들의 지친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는 스토리와 스튜디오 지브리를 연상케 하는 색감까지. 작품을 보는 내내 ‘아, 그때 그랬었지….’라는 생각 속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내용에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스크롤을 내리다보면 어느덧 한 회차가 끝나있었다.
1980년대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발소 밑 게임가게의 하일권 작가를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이발소 밑 게임가게는 하 작가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시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그리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접했을 때 독자들이 ‘아, 이 작가 만화 재미있는데’라고 생각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 것도 생각이 안나고, 아무 작품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기에 문득 ‘그냥 아무 것도 따지지 말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그리자’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좋아하고 힐링되는 취미가 어렸을 때부터 해온 게임이었거든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지만 예전부터 꾸준히 좋아했던 취미는 역시 게임을 플레이 하는것입니다. 어렸을때 했던 게임을 다시 해보는 것은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꽤 마음에 힐링이 됩니다. 요즘에는 바빠서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짬짬이 콘솔로 출시되는 게임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일 최근에 플레이 한 게임은 엘든링이란 게임이네요.
주 타깃 독자층은 말씀하신 대로 30대 이상의 독자분들일 것 같습니다. 연령대가 높다보니 테마가 꿈이라기보다는, 꿈을 쫓아오던 사람이든, 생존을 위해 달려오던 사람이든, 한 번쯤은 달리다가 넘어지고 꺾일 때가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게 이번 만화의 목적입니다.
원래부터 색감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긴한데, 이번 작품은 소재가 레트로 게임이다 보니까, 좀 더 소재와 그 시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높은 채도의 색이 시간이 지나 약간 빛바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현대인들은 공황장애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많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치유가 쉽지 않아 오랜 기간 안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겨내거나 극복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마음의 병에 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힘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취미든 간에요.
믿고보는 작가란 별명은 과분하고 부담스러운 별명이구요, 그냥 ‘아, 이 작가 만화 재미있는데’ 정도로 생각해 주시고 기억해 주시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이발소 밑 게임가게의 댓글들을 보다보면 거의 20년 전 데뷔작인 삼봉이발소 때부터 보셨던 독자분들이 계신데 정말 대단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 하일권 작가가 작업 중인 모습.(사진=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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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받는 질문인데, 항상 대답은 같습니다. 저는 연재에 들어가면 현재 연재하는 작품 외의 다른 작품은 모두 머릿 속에서 지워버리고 현재 작품에 최대한 집중하기 때문에, 지금은 이발소 밑 게임가게라는 작품에 가장 애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소재는 여러가지가 있어서 콕 집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이제까지 안 다뤄본 소재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최근에 나스닥에 상장을 하면서 웹툰시장의 규모가 훨씬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국내의 좋은 작품과 작가들이 해외에 소개되고, 또 많은 사랑을 받는 시장이 되길 바랍니다.
1982년생. 서울 동성고와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3학년 때인 2006년 대표작 ‘삼봉이발소’로 데뷔했으며 ‘3단합체 김창남’, ‘안나라 수마나라’, ‘목욕의 신’, ‘스퍼맨’ 등 다양한 스토리에 소소한 유머코드를 더해 독자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그 만의 감성을 더한 작화로 네이버웹툰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