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수감자 맞교환' 합의…韓 내 이란자금 8조원 동결해제
by박종화 기자
2023.08.11 08:43:53
상대국 수감 중인 5명 수감자 교환하기로
"韓 수출대금 포함 이란 자금 100억달러 동결 해제"
美 대선 앞두고 이란 핵 협상 진전 기대감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이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5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자국에 억류된 이란인 수감자를 석방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에 묶인 이란 석유 수출 자금도 조만간 동결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에이드리엔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이란이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을 석방하고 가택 연금에 들어갔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들 미국인 수감자는 대부분 이란계 미국인으로 간첩 혐의로 길게는 7년 간 이란에 수감돼 있던 상황이었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 역시 이날 “제3국 정부가 중재한 인도주의적 협력 협정의 일환으로 이란과 미국이 상대측 수감자 5명을 상호 석방·사면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NYT는 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 석방 대가로 미국 역시 제재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이란인 5명을 석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외교부는 이와 함께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 60억달러(약 7조9000억원)에 대한 동결 해제 조치가 진행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 돈을 포함해 해외에 있는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 이란 자금이 동결에서 해제될 것이라며 자금이 이체된 후에 미국인 수감자들이 완전히 풀려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란 소식통은 이 자금의 스위스은행에서 유로화로 환전돼 다시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이체될 것이라고 IRNA 통신에 말했다. 또 다른 협상 관계자는 카타르 정부가 이 자금 사용을 감독할 것이며 식품이나 의약품 등 대(對) 이란 제재에 어긋나지 않는 물품 구매에 쓰일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왓슨 대변인은 “최종 석방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며 민감한 상황이다. 수감자들의 상태나 그들에게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우리에 노력에 대해선 공개할 수 있는 세부사항이 거의 없다”며 세부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란에 간첩 혐의로 수감됐던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2년 이상 이란 측과 물밑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 역시 외국에 동결된 자국 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카타르와 오만, 스위스 등도 이번 협상 중재에 참여했다.
일각에선 이번 수감자 교환이 핵 협상을 진전시키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이란이 우라늄 고농축을 잠정 중단하는 대신 미국의 이란 자금에 대한 동결 조치를 해제하는 비공식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미국 소식통도 수감자 맞교환과 핵 협상은 별개라면서도 “아마도 다른 분야에서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은 “이 같은 움직임은 내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힘든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잠시 멈추는 핵 합의를 타결하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