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가 친환경에너지 저장장치로, 현대차그룹 실증사업 나서

by이승현 기자
2021.01.10 10:18:58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ESS에 재생에너지 저장
''친환경에너지-전기차-배터리 재사용'' 순환체계 구축
현대차 울산공장 내 태양광발전소 활용 실증사업 진행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실증사업에 착수한다.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한 에너지 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에 태양열이나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친환경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한 2MWh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에너지저장장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10일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재사용한 에너지저장장치와 태양광 발전소를 연계한 실증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은 관련 인허가 규정이 정립되지 않아 현장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재사용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실증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재사용해 친환경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태양열, 수력, 풍력, 조력, 지열 등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활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지 못해 버릴 수밖에 없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이 배터리를 재사용해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들고 여기에 재생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전기차를 움직이고,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해 ESS를 만들어 여기에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하게 되면 친환경 자원 순환 체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수집 및 분석되는 데이터는 국내의 관련 인허가 규정을 보다 정교화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로 용도를 다한 배터리 물량이 수년 내 증가할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배터리의 재활용 및 재사용 사업이 글로벌 친환경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전기차에서 회수된 배터리 활용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8년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인 핀란드의 바르질라(Wartsila) 파트너십 협약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한국수력원자력, 파워로직스, OCI, 한화큐셀 등과 다양한 기술 제휴 및 협약을 맺고 전략적인 사업 전개를 준비해왔다.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인 착수에 나서는 이번 실증사업은 2018년 지어진 현대차 울산공장 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2MWh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ESS에 저장했다가 외부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의 친환경 발전소 형태로 운영된다. 2MWh는 4인기준(월 평균 전력 사용량 350kWh 기준) 5가구가 한달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더불어 정부에서 발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의 확보 및 판매를 통해 국내 탄소 감축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는 신재생에너지 의무 발전을 위해 국내의 일정 규모 이상 발전 사업자에게 정부에서 발행하는 인증서로, 의무 대상자인 발전 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자체 설비를 갖추거나 외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의 인증서를 거래시장에서 조달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수력원자력의 협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번 실증사업은 향후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세계 최대 규모의 3GWh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ESS 보급 사업 추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에너지신사업추진실 오재혁 상무는 “정부부처 규제 샌드박스의 신속한 승인으로 추진하게 된 이번 실증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의 노하우를 선제적으로 축적할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통해 전기차 친환경성 제고는 물론, 공해가 없는 재생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