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배기가스 대신 수증기…공기정화하며 달리는 '찐환경차'

by이소현 기자
2020.10.06 06:00:00

알아두면 쓸모있는 미래기술 ''수소전기차(FCEV)''
공기서 걸러낸 산소와 탱크 속 수소 결합
연료전지서 전기 생산해 모터로 전달
에너지 생성 동시에 도로 위 공기 정화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수소전기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는 ‘궁극의 친환경차’라 불립니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화석 연료나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원료로 사용해 엄격한 기준에서 ‘친환경차’로 보기에는 논쟁이 이어집니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와 동일하게 배터리가 탑재되지만, 고갈 우려가 없는 수소를 태워 전기를 만들고, 배출가스 대신 물(수증기)만 내놓습니다. 게다가 운행할수록 공기가 깨끗해집니다. 달리면 자동차이지만, 멈추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로 바뀌게 되니 불을 밝히는 등 필요한 에너지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는 △미래 에너지 △오염 물질 Zero(제로) △움직이는 공기청정기 △우리 집 발전소 등 역할을 하는 미래 기술의 결정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수소전기차 구동원리
우선 명칭부터 정리해보면 수소전기차와 수소차(HICEV)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차입니다. 주행 중에 배기가스 대신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는 점은 같지만, 동력을 얻는 과정이 다릅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키고 이때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합니다. 현대차 넥쏘, 도요타 미라이 등은 모두 수소전기차입니다. 수소차는 실린더에서 수소를 직접 연소해 동력을 얻습니다. 차에 응축된 액화 수소를 보관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현재까지 양산에 성공한 수소차는 없습니다.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를 비교해 보면 모두 모터를 전기로 움직이지만, 그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전기차에는 전기를 공급해 충전하는 ‘이차전지’가 쓰입니다. 수소전기차에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연료전지(Fuel Cell)’가 쓰입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를 이용해 모터를 가동합니다. 먼저 안전한 수소탱크에 보관된 수소는 수소 공급 시스템에 의해 고압 상태에서 저압 상태로 바뀌어 연료전지 스택으로 이동합니다. 차량 전방에서 빨아들인 공기는 고성능 공기필터를 통과해 순수한 산소로 변한 뒤 연료전지 스택에서 수소와 결합해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때 발생하는 전기에너지가 배터리 시스템으로 이동해 자동차를 달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휘발유를 태울 때 화학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수소전기차에 탑재하는 연료전지는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을 갖춘 데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 완성차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낮은 속도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가속할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연료전지는 공기 공급이나 냉각을 위한 압축기나 펌프 등에서만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훨씬 정숙한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앞으로 연료전지 시스템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분야 전반으로 확산할 예정입니다. 2017년 맥킨지의 발표자료를 보면 트램과 철도는 2025년, 여객선은 2030년, 화물선·비행기는 2050년경에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사진=현대차)
전 세계에서 배기가스 등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연비규제 계획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치는 2020년에는 95g/km, 2030년 67g/km 등으로 낮아지다가 2050년에는 10g/km까지 줄어듭니다. 매년 30%가량 연비 개선을 해야 합니다. 유럽을 비롯해 미국, 중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가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도 도입했습니다. 친환경차 개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입니다.

수소전기차가 미래 자동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환경문제 때문입니다. 수소전기차는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달리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가 있어 ‘도로 위의 공기청정기’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수소전기차는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반응시킬 산소를 수집하기 위해 외부의 공기를 정화해서 사용하고 정화된 공기를 다시 배출합니다. 수소전기차에 탑재된 공기정화 시스템을 통과하면 초미세먼지는 99.9% 이상이 제거됩니다.

수소전기차가 실제 운행하며 정화할 수 있는 공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넥쏘를 1시간 운행하면 26.9㎏의 청정 공기를 생산합니다. 성인 42.6명이 1시간가량 소비할 수 있는 양입니다. 수소전기차 10만대가 서울 거리를 달릴 때 시민 86%(854만명)가 미세먼지 99.9%를 정화한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수소전기차 100만대를 운행하면 연간 210만톤(t)의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가 있는데, 이는 30년생 소나무 3억2000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습니다.

수소전기차 환경규제의 벽을 넘어설 최적의 대안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연료인 수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발생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수소전기차도 완전한 공해 제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2017년 1월 현대차 등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와 에너지 기업이 참여해 설립한 수소위원회는 2018년 9월 세계기후행동회의(GCAS)에서 2030년 수송용 수소전기차의 연료를 100% 친환경으로 생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수소를 화석연료에 서 얻지 않고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해 생산, 수송 분야에서 100% 탈(脫)탄소화 하겠다는 것입니다.
수소충전소에서 넥쏘에 충전하고 있다.(사진=현대차)
내연기관 자동차는 100년 이상 역사 속에서 발전해왔습니다. 수소전기차를 본격적으로 개발한 것은 20년이 채 넘지 않았죠. 수소전기차의 안전성에 의심을 품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 심리가 가장 큽니다. 그동안 수소전기차가 대중의 인식 속에 자리 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우선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때문에 수소전기차의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소비자에게 익숙한 신차 안전 평가 단체 또는 프로그램에서 수소전기차의 충돌 테스트를 제대로 시행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수소전기차의 저변은 확대될 전망입니다.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전기차를 2040년 620만대까지, 충전소는 1200개까지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제 막 열린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을 한국이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현대차는 7년 만에 수소전기차 누적판매 1만대 기록(2020년 6월)을 세웠습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인 국회에는 수소충전소가 들어섰습니다. 대통령 전용차로는 수소전기차인 넥쏘가 선정됐습니다.

우려와 달리 수소전기차는 안정성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현대차 넥쏘는 수소전기차 최초로 유로 NCAP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안전 등급인 별 다섯(★★★★★)을 달성했습니다. 유로 NCAP는 넥쏘의 사방을 충돌시키고 부수며 테스트했지만, 수소연료탱크와 연료전지시스템은 끄떡없었습니다.

수소전기차 넥쏘(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