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움직일 지렛대 없어…당선돼도 북핵 못 풀 것"
by이준기 기자
2020.09.03 05:00:00
[인터뷰]①로버트 샤피로 미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
지지율 차 6%포인트 차 불과해…눈에 띄는 지지층 결집
“샤이 트럼프는 무조건 투표장 갈 것”…영향력 높이 평가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믿을 만한 견고한 지지층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로버트 샤피로(사진) 미 뉴욕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1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전화 및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및 반(反) 인종차별 시위 등 각종 악재에 속에서도, 트럼프는 미시간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에서 바이든과 강력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샤피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기대와 달리 북핵문제 해결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움직일만한 역량이나 카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쉽게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이 지난주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각각 대선후보로 지명하고 11월3일 대선일까지 피 말리는 혈전에 돌입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는 게 ‘여론 정치학’의 대가인 샤피로 교수의 분석이다.
미 대선은 사실상 6개 경합주가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캘리포니아주 등 동·서부는 민주당이, 텍사스·켄터키 등 남·중부는 공화당이 이미 장악하고 있다. 최근 들어 트럼프의 세 결집이 만만찮다. 미국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각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를 보면, 전국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는 49.7%로, 트럼프(42.8%)를 6.9%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으나 6대 경합주에선 48% 대 45.3%로, 고작 2.7%포인트 차에 불과하다. 사실상 오차범위 안팎의 초박빙이다. 일각에선 공화당 전대 이후 경합주에서의 격차가 더 좁혀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샤피로 교수는 트럼프의 저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현재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우위에 있는 이슈 영역은 경제와 범죄로, 만약 작금의 반 인종차별 시위가 수그러들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위기가 덜 심각해져 경제까지 회복한다면, 트럼프는 승리에 한 발짝 더 다가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 후보 측은 어떻게든 경합주에서 반 트럼프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해야 한다. 트럼프를 지지하면서도 여론조사에서 침묵하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는 무조건 트럼프에 투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결과에 따른 한국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과거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동맹을 중시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쉽게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트럼프가 재선하면 북핵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가 그간 봐온 것처럼 트럼프는 북한을 움직일만한 특별한 지렛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