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강남 '그린벨트 보금자리'…집값 두배 뛰었다
by김용운 기자
2020.07.17 06:00:00
이명박 정부 당시 보름자리주택 정책 재조명
그린벨트 풀어 서울시내 및 수도권에 대규모 공급 시도
금융위기 등 겹치며 원래 취지 무색해져
낮은 가격 분양했지만 강남쏠림 심화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난 2012년 5월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래미안 강남 힐즈’를 분양했다. 총 20개동에 전용면적 91~101㎡ 1020가구 규모로 평균 분양가는 3.3㎡당 2025만원이었다. 당시 강남구 아파트 평균 시세(KB국민은행 조사기준)인 3.3㎡당 3072만원선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했다. 인근 일원동 시세(3.3㎡당 2541만원)와 비교해도 500만원 가량 낮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 강남 힐즈’의 분양가가 낮았던 이유를 “공공부지를 직접 매입해 진행하다보니 시행사와 분양가로 충돌할 필요가 없어 예상 분양가보다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래미안 강남 힐즈’가 들어서는 택지는 이명박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의욕적으로 추진한 ‘서울 강남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였다.
|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보금자리지구내 ‘래미안 강남 힐즈’(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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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서울과 수도권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면서 과거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도심이나 개발제한구역 등 도시인근 선호지역 △공공이 직접 건설 △서민이 부담 가능한 가격 △사전예약 방식 공급 등 4가지 원칙아래 서울근교에 40만가구, 2기 신도시 등 서울 외곽 공공택지에 50만가구 등 총 90만 가구를 공급하는 이명박정부의 핵심사업이었다.
2008년 9월 처음 계획 발표 다음해인 5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서울강남(94만㎡·5000가구) △서울서초(36만3000㎡ ·3000가구) △고양원흥(128만7000㎡· 6000가구) △하남미사(546만6000㎡ ·3만가구) 등 총 4곳을 시범지구로 발표했다. 총 805만6000㎡ 규모며 4만4000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었다. 시범지구의 약 85%가 그린벨트였다.
보금자리주택은 처음으로 사전예약 접수제를 도입했다. 4개 시범지구 사전예약 접수의 평균 경쟁률은 4대 1가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본청약을 진행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으로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서 서울 강남권 외에는 분양가 경쟁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2011년 본청약이 이뤄진 고양원흥(3183가구)지구는 546가구가 미달됐다. 이듬해 5월 강남보금자리지구에 분양한 ‘래미안 강남 힐즈’는평균 3.58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래미안 강남 힐즈’는 보금자리주택 미분양에 놀란 정부가 의무거주요건과 전매제한 등을 완화해 혜택을 입었다.
| 2009년 5월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4개 시범지구 위치도(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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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만 6년이 지난 현재 보금자리주택 시세는 한마디로 ‘로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4년 8월 입주한 ‘래미안 강남 힐즈’의 현재 3.3㎡당 시세는 4308만원. 전용 92㎡(7층)짜리 아파트는 지난 6월 말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서초 보금자리지구에서 2011년 8월 분양한 ‘우면동 서초호반써밋’(530가구)는 당시 분양가가 3.3㎡당 평균 1940만원선이었다. 전용 101㎡의 기준층 분양가는 7억5990만원이었지만 지난 6월 중순 15억3000만원(12층)에 거래가 됐다. 현재 3.3㎡당 3551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고양 원흥지구에서 2015년 8월 분양한 ‘동일스위트 7단지’(1257가구) 전용 84㎡ 분양가는 기준층 기준 3억6500만원. 현재 7억원 중반대다. 분양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가 1000만원 안팎이었지만 현재는 23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2014년 6월 하남미사지구의 첫 번째 입주 아파트였던 ‘미사강변파빌리에’(976가구) 전용 84㎡도 2011년 12월 분양 당시 2억7000만원선에서 3억3000만원선으로 3.3㎡당 1000만원이 되지 않았다. 현재 시세는 3.3㎡당 평균 2620만원선이며 지난 6월 전용 84㎡(1층)이 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시행사 한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은 결과적으로 인근 지역의 집값을 안정화시켰다기 보다 동반상승 효과를 가져왔다”며 “보금자리주택의 사실상 최대 수혜자는 당시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국내 건설업체들이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