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디앱에 최적화한 멀티체인`…대표 3세대 플랫폼으로
by이정훈 기자
2018.10.31 07:10:10
26편. 알투브이 <上> 3세대 블록체인 이그드라시 개발사
속도·확장성 문제 해결하고 비용·거버넌스 효용도 높여
9월에 이미 테스트넷 공개…내년 3분기쯤 메인넷 내놔
20시간만에 450억 펀딩…DEX·메신저·해외송금도 추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를 주고 받는 기능에만 충실했던 1세대 블록체인인 비트코인과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가능케 한 2세대 이더리움이 가진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3세대 블록체인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다양한 웹서비스를 블록체인 환경에서도 구현하기 위해서는 거래 처리속도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독자적인 거버넌스(Governance)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만 비로소 분산화된 어플리케이션(dApp·디앱)들이 생겨날 수 있게 된다.
`신뢰 기반 다차원 블록체인 플랫폼과 인터넷 리디자인(re-design) 블록체인`이 되고자 표방하는 알투브이(R2V)의 이그드라시(Yggdrash) 프로젝트는 국내 대표 3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을 자신하고 있다. 이그드라시는 백서(whitepaper)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분산화돼 있지만 네트워크 이용자들이 각각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면서 하나의 블록체인에 집중돼 하나의 블록으로 모든 거래결과가 집중되다보니 분산화 정보의 집중화를 초래했고 이는 블록체인 성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블록에 등록되고자 할 때 생기는 병목현상을 풀어야 하는 게 개인간(P2P) 네트워크가 가진 본질적 과제”라고 지적하며 자신들의 나아갈 방향을 우회적으로 제시했다.
태초의 나무, 세계수, 신단수 등 신화에 나오는 전설의 나무인 `이그드라실(Yggdrasil`)에 `해시(hash)`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인 `이그드라시`는 크게 줄기 체인(stem chain)과 가지 체인(branch chain)으로 구성돼 줄기 체인은 모든 가치 체인을 서로 통신하고 융복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줄기 체인은 이그드라시의 근본이 되는 체인으로 모든 가지 체인의 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의 집합체이자 통로다. 반면 가지 체인은 하나의 디앱인 동시에 하나의 블록체인이다. 하나의 가지 체인은 DAO(탈중앙화한 자율조직) 수준의 독립성을 가지게 된다.
특히 이더리움과 비교하면 이그드라시의 경쟁력이 잘 드러난다. 트래픽이 몰리면 이더리움 네트워크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다 이더리움 디앱을 구동하려면 사용자들이 가스(gas)를 비용으로 내야 하는 불합리함도 있다. 유연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또 디앱 하나가 스마트 계약의 구성으로 이뤄져 수정이 되지 않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서동욱 알투브이 대표는 “이런 이더리움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며 “이그드라시는 하나의 디앱 자체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된 다차원 블록체인이라 실제 서비스상에서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확장성 문제를 풀기 위한 샤딩(sharding) 역시 블록체인 차원별로 따로 샤딩을 하고 있어 트래픽 분산이 가능하고 자기만의 거버넌스를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3~15초로 돼 있는 이더리움보다 블록 컨펌 속도가 빨라야 하는 디앱이라면 각 사가 컨센서스 알고리즘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 디앱들이 플랫폼 자체에 종속되지 않는 방식인 셈이다. 이그드라시는 이미 지난달 27일 업계 최초로 멀티 체인을 구현하는 테스트넷을 공개한 바 있다. 서 대표는 “이달중에는 스마트 계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개할 계획이며 이후 내년 3분기쯤 메인넷을 공식 출시할 예정인데 가급적 출시 시기를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그드라시 프로젝트는 그나마 시장상황이 썩 나쁘지는 않았던 지난 3월 중순쯤 암호화폐공개(ICO)에 나섰다. 당시 불과 20시간 만에 하드캡이었던 4000만달러(원화 454억8000만달러)를 채울 정도로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전체 투자자들 가운데 95%가 해외에서 유입됐고 프라이빗 세일이 절반 수준이었고 기관투자가 비중도 전체 20~25%에 이를 정도였다. 서 대표는 “당시 해외에서 그 흔한 투자자 밋업 한 번 하지 않고도 백서와 개발팀 구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마케팅 지원 없이도 성공적인 자금 조달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후 이드(YEED) 토큰의 거래소 상장이 지연되자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졌고 일각에서는 `스캠(scam)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그러나 이그드라시는 최근 글로벌 10대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Bitfinex), 이더파이넥스(Ethfinex) 상장을 확정 지었고 이달 중순에서는 국내 비트소닉 거래소에도 상장했다. 자금 모집 이후 참여자 1만명 가까이를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AML)와 투자자 신원확인(KYC) 등을 꼼꼼하게 진행하느라 출발이 늦었고 그 와중에 암호화폐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상장이 미뤄졌다. 서 대표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상장에만 목숨을 걸다보니 사후관리를 못하고 가격도 유지하지 못해 잊혀지곤 하는 걸 보다보니 신중해진 탓이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미뤄전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거래소에서 내실을 충분히 다진 후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하는 모양새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그드라시 플랫폼과 함께 할 파트너들을 구하는데도 집중하고 있다. 킬러 디앱들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각 산업군별로 실질적으로 가능한 팀을 찾고 있다. 현재는 카드와 이커머스 분야에서 마스터 노드가 되기 위해 여러 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 대표는 “많은 팀을 보면 기존의 것을 블록체인에 엎으려고 하는데 우리는 블록체인이어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에게 자율권을 줬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유튜브에서 다양한 컨텐츠들이 결과물로 나오고 있는 만큼 우리도 블록체인 분야에서 유튜브처럼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메인 비즈니스로 삼고 이 분야에 집중한 뒤 나중에 새로운 사업을 모색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메인넷이 출시되고 나면 탈중앙화한 거래소(DEX)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거나 메신저나 해외 송금분야 등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