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ZTE, '제재해제' 합의..美의회 반발 '변수'(종합)
by이준기 기자
2018.06.08 06:36:23
美, 공식 발표..10억弗 벌금·경영진 교체
4억弗 보험금 예치..美컴플라이언스팀 배치
美中 무역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듯
여야, '제재해제 차단' 초당적 법안 제출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7일(현지시간) 중국 내 2위이자, 세계 4위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통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로 ZTE 측과 합의했다. 난항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미·중 간 무역갈등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 의회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즉각 정부의 ‘재제 해재’를 무력화하는 초당적 법안을 제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어 ZTE 제재의 향배가 주목된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윌버 로스 상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ZTE와 미국 기업 간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한 조치를 해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ZTE는 미국 정부에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의 벌금으로 내고, 일종의 보증금 성격인 4억달러(약 4270억원)를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에 예치해야 한다. 또 ZTE는 이사회·경영진을 30일 이내에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 더 나아가 향후 10년 내 규제를 위반할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다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미 정부는 컴플라이언스팀을 ZTE 내에 배치하기로 했다. 컴플라이언스팀은 ZTE의 법규 준수 여부 등을 회사 경영진은 물론 미국 상무부에도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보수는 ZTE 측에서 받는다.
로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ZTE의 행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만약 추가적인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에스크로에 있는 4억달러를 모두 징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로스 장관은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에 출연해서도 “이번 합의는 매우 엄격하다. ZTE뿐 아니라 다른 잠재적 ‘나쁜 행위자’들에 대해서도 매우 좋은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ZTE 측이 이번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여전히 다시 (제재를 통해) 문을 닫게 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ZTE는 지난 4월16일 미국 상무부로부터 이란 제재 위반 혐의 등으로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하는 제재를 받았다. 이후 ZTE는 미국 퀄컴 칩 등을 공급받지 못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는 등 사실상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이번 양 측의 제재 해제 합의로 ZTE가 다시 숨통을 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미·중 간 제3차 무역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될 것이라는 염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ZTE 제재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면서 다시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로스 장관은 이번 ZTE 합의가 “대중(對中) 관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 톰 코튼·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이 이날 ZTE에 대한 제재 해제 합의를 무력화하고 이를 원상 복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이 수정안은 정부 부처와 기관이 ZTE 제품은 물론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로부터도 통신장비를 구매할 수 없게 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 대출이나 보조금 제공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ZTE를 구하려다 화웨이까지 잃게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한 소식통은 “미 의회에선 중국 통신업체들의 공격적인 미국 진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일각에선 중국 통신업체들 장비가 간첩 행위에 이용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