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부담금 폭탄’ 현실로..강남 재건축시장 ‘패닉’
by성문재 기자
2018.05.16 06:10:00
강남 첫 재건축 부담금 통보
나홀로 단지 부담금도 전망 웃돌아
조합 예상보다 최소 4~5배는 늘듯
서울 재건축 단지 시장 3월부터 위축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에도 못미쳐
당분간 거래 위축, 가격 하락 불가피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80가구 1개동짜리 ‘나홀로 단지’인 반포현대아파트가 가구당 850만원에서 1억3500만원으로 예상 재건축 부담금이 늘었다면 문제가 심각해지겠는데요. 부담금이 많이 나오면 무조건 재건축 사업은 지연될 겁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 부담금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계산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적용받을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많게는 수억원의 부담금을 더 내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일제히 주판알 튕기기에 들어갔고, 지난 3월부터 위축되기 시작한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은 때아닌 혹한기를 맞이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반포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강남구 대치쌍용2차 아파트,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등도 조만간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이 산출될 전망이다. 이들 단지는 사업시행계획을 이미 인가받았지만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해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 산출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림산업(000210)·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쌍용건설이 맞붙은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단지는 오는 26일 총회에서 시공사를 결정한다. 대치쌍용2차는 오는 6월 2일,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다음달 중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대치쌍용2차는 대우건설(047040)과 현대건설(000720)이 입찰했고,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현대산업(012630)개발이 3번 연속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돼 조합원들의 동의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이들 단지가 시공사와 계약까지 마치면 1개월 안에 해당 구청에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 산출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구청은 자료 수령 후 30일 안에 산정된 예정액을 해당 조합에 통지하게 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 단지 가운데 가장 많은 부담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대의원회의에서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자 선정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정했지만 아직 총회 날짜를 잡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수주 경쟁이 붙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건설사로부터 혜택을 거의 못받았다며 불만이고, 현대산업개발은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제대로 된 사업설명회조차 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반포1단지 3주구 조합 관계자는 “아직 협의할 것들이 남아 있어 시공사 선정 총회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3주구 조합이 추산한 재건축 부담금은 조합원 1인당 1억원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소재 사업시행인가 단계 재건축 단지 15곳의 평균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은 4억3000만원이었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단지 중 사업성이 뛰어나고 규모가 큰 반포1단지 3주구가 부담금 평균을 밑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면 조합 예상보다 부담금이 최소 4~5배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조합원 1인당 8억4000만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내게 될 단지도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었는데 반포현대아파트 부담금을 보니 국토부 시뮬레이션이 현실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4개동 364가구의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아파트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초 조합에서는 1억원선의 재건축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봤지만 반포현대 사례를 접한 현지 중개업소들은 대치쌍용2차 부담금이 4억원 이상 나올 수도 있다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지난 2014년 재건축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승인 당시 9억원대에 거래되던 대치쌍용2차 아파트 전용 84.49㎡는 작년 7월 14억원에 팔렸고, 올해 2월 16억5000만원을 찍었다. 사업 마무리 예상시점인 3~4년 뒤에는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소 9억~10억원 가량의 차액에서 건축비, 정상적인 주택가격상승분, 조합 운영비 등을 빼더라도 재건축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일대 재건축사업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반 아파트 단지가 아닌 단독주택과 빌라 등이 혼재돼 있는 지역이라 조합원마다 재건축 부담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는 ‘몇평이면 얼마’라는 식의 일률적인 추산이 가능하지만 여기는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의 감정가와 분양받을 주택의 크기에 따라 다 다르다”며 “부담금 폭탄이 두려운 조합원은 작은 면적을 분양받는 식으로 충분히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재건축 조합원은 “재건축 사업이 단순히 헌집 주고 새집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다”며 “다들 주택이 낡아서 새 아파트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얼른 빨리 재건축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거침없는 가격 급등을 나타냈던 강남 재건축시장은 국토부가 예고했던 대로 ‘폭탄 부담금’이 증명되면서 당분간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둘째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02% 내렸다. 4월 넷째주부터 3주 연속 하락세다. 올 1~2월까지만해도 서울 일반아파트보다 높았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3월 초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 결정 이후 고꾸라졌다. 올해부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이번 반포현대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통지된 것이 환수제를 피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들에는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피로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와 보유세 인상”이라며 “재건축 부담금이 생각보다 강하게 나오면 해당 시장에는 타격이 크고 길게 갈 것이다.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서울 재건축 및 일반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단위: %, 자료: 부동산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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