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장 "6월 모의평가부터 예상 등급컷 4~5일내 공개"

by김소연 기자
2018.02.27 06:00:00

점수 모른채 '깜깜이 지원' 방지…"입시업체 의존 줄어들 것"
시험후 4~5일내 등급컷 제공…수능 최저 충족 확인가능토록
"대입 개편과 고교 교육과정 논의 같이 가야" 의견 제시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오는 6월 모의평가부터 등급구분점수(등급컷)를 시험 이후 4~5일 이내에 공개할 계획이다. 사설 입시업체들이 수학능력평가(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예상 등급컷을 발표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6월 모의평가부터 시험 직후 최대한 빨리 채점해 학생들이 원점수에 따른 등급컷을 알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문제가 없다면 4~5일내에 등급구분을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원장은 지난 해 12월 2018학년도 수능 채점결과 발표 당시에도 등급컷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현재 대학 입시에서 수험생은 본인의 등급이나 점수를 모른채 수시와 정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수시에 합격하면 수능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 일부 대학은 수능 이후에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고 수능최저학력 등급도 요구한다. 이로 인해 본인의 점수나 정확한 등급을 모른채 대학에 지원해야 하는 수험생의 불안감은 커진다. 사설 입시업체는 이를 이용해 학생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신의 수능 가채점 점수를 입력하도록 하고, 학생들의 정보를 토대로 예상 등급컷을 발표해왔다.

평가원은 가채점 결과를 시험 이후 빠른 시일 내 공개하면 수험생이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등 사교육 업체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평가원은 2004학년도 수능 이후 가채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성 원장은 “사설 입시업체에서 학생들의 점수를 가지고 입시 설명회를 하는 등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이번 수능에서도 입시업체가 제시한 등급컷과 실제와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입시업체들이 내놓는 등급컷도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최대한 빨리 등급컷을 제공하고 ‘공개하는 점수는 1차 가채점 결과로 전형에 참고하되, 이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법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덧붙일 계획”이라며 “점수 공개는 수험생 편의를 위한 것으로 0.01점 차이로 떨어지는 수험생이 나오더라도 평가원이 수험생의 합격과 불합격에 책임을 지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오는 8월 발표 예정인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는데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제도가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어 아쉽다”며 “교육과정 개정과 연계해 학생의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아닌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에만 논의가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수업과 대학이 어떻게 연계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원장은 “일본은 10여년 전부터 교육과정 개정과 입시를 같이 연구하고 조금씩 바꾸는 과정을 거쳤다”며 일본이 오는 2020학년도부터 대입시험에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과정을 예로 들었다.

또 학생부종합(학종)전형과 수능을 놓고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성 원장은 “학종이냐 수능이냐, 한쪽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건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이 일어난다”며 “지금 학부모들이 가진 수능이 공정하다는 생각은 자기 세대의 경험에 근거한 것인데, 지난 20년 사이의 변화를 보고 확인하면 얘기가 좀 다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전형이 가진 강점은 살리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장치가 있다면 지금 각 전형 간 비율 조정은 일단 가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평가원은 교육부가 의뢰해 마련 중인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다음 달 말 교육부에 제출한다. 정책연구진이 개발한 시안을 다음 달 5일쯤 제출하면 내부심의회를 거쳐 수정·보완해 평가원 시안을 만든다. 성 원장은 “집필기준은 최대한 연구진에게 맡기는 것이 기본 원칙이고, 정책적으로 어떤 의도성을 가지고 개입하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런 일이 교과서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