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혜미 기자
2015.11.25 06:31:52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터키 공군 전투기가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키면서 중동 내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 정부는 러시아 전투기가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러시아는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터키 F-16 전투기가 러시아의 수호이(Su)-24 전투기를 격추시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 러시아 전투기를 공격한 것은 지난 1952년 이후 처음이다.
터키 정부 관계자들은 두 대의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국경 인근을 맴돌며 이를 가로질러 위험하게 접근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들이 5분 가량 10차례의 경고를 무시했으며 17초 동안 터키 영공에 진입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터키가 ‘뒤통수를 쳤다(stab in the back)’고 비난했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터키군과의 접촉을 중단했으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로 예정된 터키 정부 관계자들과의 회동을 취소하는 한편 러시아 관광객들에게 터키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의 비극적인 사고는 러시아와 터키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터키 정부는 반복적으로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해왔으며 지난 10월 중순에는 표시되지 않은 러시아산 무인항공기(드론)을 격추시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터키에도 영공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면서 러시아의 터키 국경 접근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이 빨리 정치적 합의를 볼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은 그동안 시리아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러시아가 이슬람 국가(IS) 격퇴에 좀더 건설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