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5.05.12 07:00:00
악화업종 설문 첫 등장에 '4위'
늘어난 차입.."다른 업종에 비해 등급 고평가"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지난 1월 SK E&S에서 이탈한 평택에너지서비스의 신용등급이 ‘A+’로 내려왔다. 대주주가 바뀌며 일어난 변동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민자발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산업 성격을 방패 삼아 ‘AA’급에 포진해 있지만, 언제든지 강등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생긴 것이다.
이번 21회 SRE에서 총 173명 중 17.9%에 이르는 31명(중복응답 가능)의 회사채 전문가가 민자발전을 ‘최근 6개월 동안 업황이 나빠진 산업’으로 꼽았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26.8%(19명)와 채권매니저·브로커 등 비(非)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12명(11.8%)가 민자발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업황이 나빠질 것이라 예상되는 산업 5위 안의 유일한 신입생으로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지난 1월 13일 SK E&S는 평택에너지서비스의 지분 100%와 김천에너지서비스 지분 80%, 전북집단에너지 지분 100%를 프로젝트 펀드 ‘하나파워패키지 유한회사’에 매각키로 했다. 이 SPC는 인수금융대주단(4300억원)과 PEF하나발전인프라제1호사모투자전문회사(3000억원)가 평택·김천에너지서비스와 전북집단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14년 만기의 사모펀드(PEF)다.
신용평가 3사는 즉각 평택에너지서비스와 김천에너지서비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렸다. 사업연계성이 높은 SK E&S에서 PEF로 대주주가 변경된 만큼, 지원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PEF 설립 목적 자체가 수익을 얻은 후 매각하는 것. PEF가 대주주로 변경되면 기업의 배당 압력은 높아지며 재무 부담은 커진다.
지난 2013년에야 상업운전이 개시된 만큼 배당 확대에 나설 경우,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주주변경으로 계열 기반의 사업 연계가능성과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낮아진 반면, 주주사의 배당 압력은 높아져 사업과 재무 안정성 모두 저하될 것”이라 평가했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 자문위원은 “평택에너지서비스의 등급 변경이 하필 골이 깊은 ‘AA-’와 ‘A+’사이였다”며 “캐리용 수요가 큰 만큼, 업계에 들고 있는 이들이 많았고 사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민자발전 자체에 대한 분위기도 악화됐다. 과연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는지 비관적인 시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자발전 시장은 정부가 2001년 전력 발전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자 한국전력의 6개 발전 자회사와 포스코에너지, GS EPS, GS파워, SK E&S 등 대기업 계열의 자회사가 뛰어들며 마련됐다. 한전 자회사의 설비용량이 절대적인 만큼, 개별 민자발전사의 지위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효율성 제고를 위해 민자발전 허가를 확대하자 민자발전사 역시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민자발전 업종은 호황을 누렸다. 전력대란이 오자 예비율이 급락했다. 이에 단가가 낮은 원자력발전이나 석탄은 물론 첨두부하 방식의 LNG까지 높은 가동률을 보이게 됐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가 꾸준히 세워지고 전기소비 증가세가 둔화되자 상황은 전환됐다. 전력 수요 둔화로 2012년 15.5%였던 공급예비율은 지난해 21.5%까지 급증했다. 결국 SMP는 2012년 160.1원/kWh에서 2015년 3월에는 119원/kWh까지 내렸고 2024년에는 87.8원/kWh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LNG 역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2012년만 해도 65%였던 LNG복합발전의 설비이용률은 지난해 50% 아래로 내려왔다. 게다가 2022년에는 17%로 내려올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