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위기 구한` 스타관료 5명, 민간에 둥지 트다

by이정훈 기자
2015.04.17 08:15:38

버냉키 전 연준의장, 헤지펀드 시타델 고문 옮겨
가이트너-서머스-콕스-쿠자미..금융위기서 해방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한 헤지펀드에 둥지를 틀었다. 이로써 미국을 지난 금융위기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낸 `스타 관료 5명`이 모두 민간 기업에 취업하게 됐다.

버냉키 전 의장 외에 티모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크리스토퍼 콕스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로버트 쿠자미 전 SEC 집행국장(전무) 등이 그 주인공들로, 이들이 민간부문에서 수백만달러 이상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갖게 됐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의 악령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버냉키 전 의장은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세 차례 양적완화(QE)라는 강력한 바주카포를 들고 미국 경제의 침체를 물리치는 선봉장이었다. 막대한 돈 풀기 공세를 비꼬는 쪽으로부터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그의 통화부양책은 미국 경제를 위기 이후 긴 침체기에서 끌어 올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지난주부터 브루킹스연구소 개인 블로그를 통해 경제에 대한 혜안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헤지펀드 시타델 인베스트먼트그룹에서 선임 고문을 맡는다. 자신의 세계 경제 및 금융 분석 능력을 통해 투자 자문을 할 예정이다.

버냉키는 “월가와 워싱턴 사이의 회전문 인사 우려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시타델로 가기로 결정했다”며 “시타델은 연준 규제를 받지 않았으며 어떠한 로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연 기준으로 20만달러 이상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외 성과급이나 시타델 지분은 받지 않는다. 그는 시타델 외 다른 기업에서 고문 역할을 겸임하는 것도 가능해 브루킹스연구소상임 연구교수 직위도 유지하게 된다.

가이트너 전 장관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은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권에서 4년간 재무장관을 맡으면서 금융위기로 무너져가는 미국 실물경제와 기업, 금융기관들을 지켜내는데 앞장 선 인물이다. 특히 그는 시장 실패에 대응하는 정부 역할을 강조하면서 70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금융권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첫 관료 생활을 시작한 뒤 10년 이상 재무부에서 일했고, 이후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가이트너 전 장관은 현재 350억달러라는 엄청난 자산을 굴리고 있는 월가 대표 사모투자펀드(PEF)인 워버그 핀커스에서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 왕성하게 외부 강연에 나서고 있는데, 한 회당 강연료만 10만달러대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머스 전 장관
여러 행정부에서 주요 관료직을 지냈고 미국을 대표하는 이코노미스트로도 잘 알려진 서머스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뒤 모교인 하버드대 총장으로 옮겨 관료 생활을 접는 듯 했지만 2009년 후임자인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에서 다시 발탁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서 위원을 맡았다. 그러면서 금융위기 당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숱한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추천하는 경제 선생 역할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씨티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고, 헤지펀드인 D.E.쇼에서도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이미 수백만달러 이상의 개인 재산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정작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주력하다 온라인 P2P(개인간) 대출 업체인 렌딩클럽이라는 핀테크 업체 이사회 멤버로 옮겨갔다.

그는 은행들이 외면하는 중소기업 대출의 70%를 이같은 온라인 P2P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콕스 전 SEC 위원장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위기 극복에는 위기의 주범으로 인식돼 온 월가 개혁이 항상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메리 샤피로 현 SEC 위원장의 전임자였던 콕스 전 위원장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20년 이상 금융 관료로 일했던 콕스 전 위원장은 월가 투자은행들의 방만함을 규제하기 위한 도드-프랭크법을 실행하는데 주역으로 활동했고, 그 결실을 보는데에는 실패했지만 머니마켓펀드(MMF) 개혁을 비롯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각종 개혁조치도 꾸준히 실행해왔다.

긴 관료 생활을 접고 법조계로 뛰어든 그는 현재 로펌인 모건, 루이스 앤 보키우스에서 기업담당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이 로펌은 파트너 1인당 연간 16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이 로펌의 대정부 로비부문에서는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쿠자미 전 SEC 국장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져 있지만, 쿠자미 전 SEC 집행국장은 월가 금융기관들을 벌벌 떨게 만든 저승사자로 잘 알려졌다. 연방검사 출신으로 SEC 조사국장과 집행국장을 역임한 그는 임기 동안 골드만삭스의 내부자 거래와 부채담보부증권(CDO) 부실 거래,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의 회계부정 문제 등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했다.

SEC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기 원했던 샤피로 SEC 위원장이 직접 뽑아온 쿠자미 전 국장은 도이체방크 최고 법률자문가 등을 겪으며 금융에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

지난 2013년 홀연히 SEC를 떠난 그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뛰어난 로펌인 커크랜드 앤 엘리스에서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한 해 5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