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히든카드는?

by박철근 기자
2014.06.26 08:16:44

동부 "시장이 원하는 모습 보여주겠다"…채권단과 협력해 그룹 구조조정 박차
이르면 26일 동부제철 자율협약 신청…다른 계열사는 산은 모니터링 결과 지켜봐야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동부그룹의 비금융 계열사가 모두 자율협약이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등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동부화재(005830)를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사만 분리돼 남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14.06%, 5월 말 기준)의 추가 담보 제공 여부를 두고 채권단과 갈등까지 불어져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동부 “시장이 원하는 모습 보여주겠다”

동부그룹 고위 관계자는 25일 “시장은 더는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계획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이미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005490)가 동부 패키지(당진발전+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를 포기하면서 계열사의 주가와 회사채가 요동치고, 거래가 무산되면서 그룹 경영진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것도 부담이다.

동부제철은 산업은행의 자율협약 요청에 따라 이르면 26일 자율협약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후 산업은행은 나머지 채권단의 동의를 거쳐 내달 초 자율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9월 말까지 동부제철의 실사를 거쳐 10월부터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게 된다.

자산매각 방식을 두고 채권단과 이견을 보였던 동부그룹은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부그룹은 “작년 12월 산업은행과 맺은 사전적 구조조정 약정에 따라 자산매각은 산은에 일임했다”며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에 산은과 협력해 재무구조 개선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말했다.

서울 대치동 동부그룹 본사 전경. 동부그룹 제공
◇자구계획 예정대로 진행될까



산은이 동부당진발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해 개별 매각으로 급선회했지만, 흥행에 성공할지가 관건이다.

동부당진발전은 별도로 팔면 매각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TX에너지나 동양파워 인수전에 참여했던 삼탄과 SK가스(018670)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고, 패키지딜을 포기한 포스코도 동부당진발전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동부당진발전이 개별 매물로 나오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반면 덩치가 더 큰 동부제철 인천공장(자구계획 당시 1조 2000억 원)의 매각은 험로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진발전은 산은이 곧 매각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하면서 인천공장은 협의해 추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자체적으로 내놓은 자산매각 계획의 핵심인 두 곳의 매각 시기와 가격에 따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폭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자구계획 발표 당시 동부는 두 회사의 매각으로 1조 5000억 원(동부제철 인천공장 1조 2000억 원, 동부당진발전 3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자산매각 규모인 2조 7000억 원의 절반 이상이다. 하지만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기업가치도 하락했을 뿐 아니라 자구계획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준기 회장, 히든 카드가 있을까

유동성 확보에 먹구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준기 회장(사진)이 그룹을 위기에서 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부제철을 제외한 비금융계열사의 자율협약이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돌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부의 비금융계열사들이 줄줄이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되면 총수 일가의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그룹 구조조정을 재촉하며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산은은 “동부제철을 제외한 계열사는 시간 여유가 없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할지 아직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해 비금융 계열사 전체를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으로 채권단 아래 둘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 대부분이 담보상태라 자력으로 상황을 반전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제조업에 대한 김 회장의 애착이 깊은 만큼 채권단과 원만한 협의로 그룹의 탈출구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