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재완 "우리경제 기초탄탄..미국발 침수 최소화"
by윤진섭 기자
2011.08.08 08:26:00
인천공항 국민주 매각 공감.."시간이 필요하다"
최고가 상품 위주 물가통계에서 중저가 위주로 전환
신규 취업자 청·장년층 주도..최고가치 낙찰제 활성화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좌우명은 `마행처 우역거(馬行處 牛亦去)`다. 말이 간 곳에는 소도 열심히 걸어가면 충분히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박 장관의 특유의 성실성이 잘 드러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속에는 경제팀 수장으로서 그가 헤쳐 나가고 있는 일들이 험하고 어렵다는 점도 녹아 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소비자 물가가 그렇고, 복지,내수활성화,균형재정달성,예산 등 하나 같이 쉽지않은 현안이다.갑작스럽게 불거진 미국발 경제 불안도 곤혹스럽다. 그는 정무수석,국정기획수석,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거친 관록으로 현안을 풀어나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박 장관을 만났다. 국내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간 미국발 경제불안에 대해 우선 물었다.
-미국발 경제 불안(인터뷰 이후인 지난 6일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는 미국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낮췄다)에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 미국경제 회복이 더딘 것 같다. 그렇다고 더블딥(경기 회복 과정에서 침체로 빠지는 현상)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은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 일각에선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 라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탄탄하다.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장마(미국 경제 불안)가 길어지고, 폭우(유럽 등 불안)가 자주 오는 편인데, 침수피해(국내 경제 타격)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 ▲ 박재완 장관은 미국발 경제불안에 대해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는 더디지만, 하반기 이후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
|
-물가 당국 수장으로 고심이 많아 보인다. 일각에선 물가 통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 물가 관리 방식을 선진화할 수 있도록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런 차원에서 아웃 오브 데이트(out-of-date :시대에 뒤 떨어진) 돼 있는 소비자 물가 통계를 바꿀 계획이다. 지난 5일 물가 관계 장관회의 때 논의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꾼다는 것인가
▲ 고등어의 경우 가장 큰 30cm의 가격을 기준 삼아 물가를 산출한다.그러나 시장에선 30cm 고등어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주부들도 찾지 않는다.주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20~25cm 고등어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물량도 많다. 수요가 많은 품목을 물가에 반영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돼지고기도 상당량이 수입이 돼 저렴하게 유통되고 있지만 정작 물가 통계에는 비싼 국내산만 잡혀 있다. 다 바꿀 수는 없지만 소비 비율이 국내산 70, 수입산 30이라면 물가지수는 그에 맞춰 각각의 통계를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 배추나 배도 상품(上品) 가격을 물가 통계로 잡고 있는데 실상은 중품(中品)이 많이 팔린다.
| ▲ 박 장관은 기존 소비자물가 통계를 사실상 대체하는 새로운 물가 통계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을 물가 통계는 품목별 다거래 상품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
|
-가격이 저렴하고 변동폭이 적은 물품을 물가 통계로 잡을 경우 물가를 왜곡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는데
▲ `정부가 물가에 자신이 없으니깐 기준을 바꾸는구나`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바로 잡아야 할 사안이다.그래서 새롭게 나올 물가 통계와 기존 물가 통계를 병행해서 쓸 계획이다.이렇게 되면 구 기준에 따르면 얼마나 올랐지만, 업데이트 된 기준의 통계를 보면 `실상은 이렇구나`를 국민들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취업자 증가가 50대 등 고령층 위주로 진행돼 고용의 질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고용의 질 개선은 정부도 고심하는 대목이고 노력하고 있다.하지만 인구 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지적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실제 최근 1년간 새로 일자리를 얻은 근로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20~40대가 438만명으로 전체의 68.2%를 차지한 반면 50대 이상은(186만명) 29%에 불과했다.
이 같은 차이는 기존의 40대 취업자 그룹이 연령 상승으로 50대 이상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연령대별 이동효과를 제외하면 지난 1년간(2010년 7월~2011년 6월) 50대 이상 취업자는 25만명 감소한 반면, 20~40대는 취업자는 61만명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합해 볼 때 최근 노동시장에서 실제 일자리 창출은 고령층보다는 주로 청·장년층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 ▲ 박재완 장관은 1년 내 신규 일자리 취업자 분석에선 여전히 청·장년층의 비중이 높고, 50대 이상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인구 이동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밝혔다. |
|
-내년부터 최저가 낙찰제의 확대와 관련해 건설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시행은 예정대로 하고 보완을 하는 게 타당하다.건설업계는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과 관련해 최고가치 낙찰제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제도는 도입돼 있지만 유연 근무제처럼 활용 비율이 낮다. 최고가치 낙찰제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고, 이를 중심으로 보완 방안을 9월 중 내놓겠다.
-세제 개편과 관련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이 나왔다.반발이 심한데.
▲ 일부 주주들에게 세금 부담 없이 부(富)가 대물림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기 힘든 부를 얻었다면 공정사회 측면에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2·3차 협력사의 일자리까지 포함한 고용 창출형 투자세액공제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 협력사(하도급 업체)는 독립적인 법인들로 회계와 인사가 독립돼 있다. 독립된 하도급 업체의 간접 고용까지 카운트 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쉽지 않다. 회계 측면만 봐도 간접 고용을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간접 고용만 확대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인천공항 국민주 매각이 관심사다.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나
▲ 큰 방향(국민주 매각)은 여당과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짚어봐야 할 문제점도 있다. 그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고 인천공항 운영에 도움이 돼야 한다. 풀어야 할 부분이 많다.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