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11.07 08:50:58
송양민 선임기자의 ''일자리'' 탐구
저임금 직종 현황 … 제조업 줄어 서비스쪽에 몰려
청소원 72만·주방보조 84만원 … 인력 파견업체들은 고속 성장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에 있는 직업을 모두 392개로 분류하고 있다. 취업자가 가장 많은 직업은 ‘상점판매 및 관리인’(132만명), 가장 적은 직업은 ‘원양어부’(444명)이다. 정씨가 속해 있는 직종은 ‘청원경찰’. 1만2000명이 일하고 있으며 월 평균 임금은 156만원 선이다. 정씨는 임금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서비스업에서 수입이 160만원을 넘으면 괜찮은 직업이다.
청소원(52만명)은 월 수입이 72만원, 경비·건물관리인(27만명)은 98만원, 간호조무사(10만명)는 108만원, 주방보조원(23만명)은 84만원, 텔레마케터(4만명)는 124만원 선이다. 또 주방장·조리사(105만명)는 129만원, 미용사(25만명)는 136만원, 학원강사(55만명)는 147만원 전후를 번다.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이 요즘 늦어지는 것도, 이들이 저임 직종에 많이 취업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경제력이 취약해진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경제불황의 영향으로 대리운전자(8만명 추정) 노래방도우미(6만명 추정) 야식배달원(1만명 추정)처럼 밤에만 일하는 서비스 직업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새 서비스 직종은 통계를 잡는 기관이 없어 정확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고용정보원 김한준 박사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보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저임 일자리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비스업 생산성이 올라가려면 금융사무원(13만명)·소프트웨어 개발자(11만명)·IT 컨설턴트(3000명)·통신 엔지니어(2만1000명) 같은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나 지금 상황으로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고임 직종으로 꼽히는 금융·보험서비스업에선 지난 5 년간 일자리가 고작 3만4000개 늘어났다.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은 “금융업의 전산화 비율이 높아지면서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앞으로 은행과 증권회사 간에 M&A(인수합병)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이 저임금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은 구직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최봉현 박사는 “폐업을 하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제조업 근로자들이 서비스업 쪽으로 밀려들고 있다”면서 “서비스업에서 새 일자리가 생긴 게 아니라 직장을 잃은 제조업 근로자들이 서비스업으로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이 공장을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하면서 국내 일자리가 50만개 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기업들은 경비절감을 위해 판매·애프터서비스·건물관리 같은 단순 업무를 대거 아웃소싱으로 넘기고 있다. 그 덕분에 경비·비서·경리·판매 인력을 파견해주는 인력파견업체들이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업체의 경우 직원수가 6000~7000명을 넘고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에 육박한다. 직원 수만 따지면 웬만한 대기업보다 더 큰 셈이나, 직원들의 월 임금은 100만~160만원 선으로 제조업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티아이엠(인력파견업체) 김상진 사장은 “소기업까지 합치면 전국에서 5000여 개의 인력파견업체가 활동하고 있다”면서 “서비스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려면 인력파견업의 경영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