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5.04.10 17:10:31
[조선일보 제공] "지도자의 길 너무 힘들다"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있는 허 재(40)가 그야말로 혹독한 수업을 받고 있다.
누가 천하의 "농구대통령"인 그에게 지도자가 되는 길이 고난의 길이라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일까. "시련(?)"을 안겨주고 있는 이는 다름아닌 큰 아들 웅(12)이다.
친정팀 TG삼보의 챔피언 결정전이 보고싶어 한국을 방문중인 허 재는 가장 큰 근심거리가 웅이를 가르치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웅이는 농구선수가 돼 아버지의 대를 잇는 게 꿈이었다. 때마침 농구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살게 되자 본격적으로 농구를 배우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허 재는 초등학교에 농구팀이 없는 미국의 특성때문에 YMCA 농구교실에 아들을 보냈다.
그런데 말이 농구교실이지 농구 가르칠 생각은 안하고 아이들에게 레크리에이션만 가르치고 있는 게 영 마뜩치 않았다.
결국 허 재는 농구코트가 구비된 집 근처 스포츠센터를 찾아 웅이를 직접 가르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다른 운동은 그렇게 잘하던 웅이가 농구에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한 모양이다.
기본기만 가르치기 위해 슈팅할 때 팔을 위로 올리라고 그렇게 강조해도 앞으로만 내미는 게 아닌가. "내밀지 말고, 올리란 말이야"란 말을 수천번은 반복했지만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개인지도를 포기했다가 아들의 고집때문에 다시 시작한 것도 여러차례.
이 때문에 부자간의 정이 깨질 위기도 심심찮게 있었다고. 결국 허 재는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는 말이 실감난다"며 아들 때문에 조기 귀국도 고심하고 있다.
허 재는 농구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권력승계"가 더 힘들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