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K팝 ‘덕질’에 등골 휘어”…오른 티켓값에 부모들 분통
by김형일 기자
2024.08.17 12:20:29
학생 부모 "등골 브레이커 콘서트 여러 번 반복"
K팝 아이돌 콘서트의 티켓값 5년 전 대비 50%↑
공연업계 "무대 설치비용 등 물가 크게 올랐다"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K팝 ‘덕질(관심 분야에 심취해 파고드는 일)’을 하는 아이들 때문에 부모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콘서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경제적인 부담 또한 커져서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직장인 윤선영(45) 씨는 최근 가수 싸이의 ‘흠뻑쇼’에 보내달라는 고등학교 1학년 자녀의 티켓을 구매해 주다가 깜짝 놀랐다. 가장 보편적인 스탠딩석 가격이 16만5000원으로, 학생 할인 20%를 받아도 13만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윤 씨는 “몇 년 전 ‘등골 브레이커(등골이 휠 정도로 부담이 가는 비싼 상품)’로 악명 높던 고가 패딩은 한 번이면 됐지만 콘서트는 1년에도 여러 번, 매년 반복된다”고 호소했다. 윤 씨는 자녀의 밥값, 교통비를 포함해 약 20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인터파크 티켓에 게시된 올해 흠뻑쇼 예매자 통계에 따르면 10대는 전체의 5% 안팎으로 지난 2022년 1~2%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10~20대가 주요 고객층인 K팝 아이돌 콘서트의 티켓값도 만만치 않다. 최근 몇 년 새 가격이 30∼50% 올라 일반석 15만원, VIP석은 약 20만원 수준이 보통이다.
지난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그룹 세븐틴의 콘서트 티켓 가격은 13만2000∼19만8000원, 지난 5월 NCT 드림의 고척스카이돔 콘서트 티켓 가격은 15만4000∼19만 8000원을 나타냈다. 이들 그룹의 지난 2019년 콘서트 티켓 가격은 모두 12만1000원이었다.
공연 뿐만 아니라 가수의 팬 미팅, 앨범, 굿즈 등도 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7) 씨는 “마냥 못 사게 할 수도 없고, 혹시 아이가 잘못된 방법으로 돈을 구할까 봐 사주지만 부담된다”며 “물가 상승을 고려해도 옛날보다 너무 올랐다”고 했다.
비싼 공연이지만 티켓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티켓 구매에 실패할 경우 낙담한 아이를 위해 웃돈까지 얹어 ‘암표’를 사야하는 상황이다.
공연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대 설치비용, 대관료, 출연료 등 전반적인 물가가 몇 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다중인파 안전관리 비용이 많이 늘어난 것도 한몫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팬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상업화된 공연·아이돌 문화를 개선해야 과열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에 “사람과 음악이 중심이 아닌 시스템과 자본으로 산업의 중심이 옮겨간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