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법인 6곳 독과점 손본다…성과 미흡한 법인 '퇴출' 의무화

by김은비 기자
2024.05.01 08:00:00

농식품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 발표
도매시장 거래 규모 맞는 법인 수 기준 마련
최대 수수료 7% 적정성 여부도 재검토
온라인 도매시장 판매자 기준 50억원→20억원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성과가 부진한 도매시장법인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법인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 가락시장처럼 거래 규모가 큰 도매시장의 경우 법인 수를 늘릴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해 독과점 구조도 손본다. 농산물 도매시장 진출 문턱을 낮춰, 법인 간 경쟁을 통해 과다한 유통 마진 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과일 경매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고물가 원인 중 하나로 복잡한 도매시장 유통 과정과 과다한 유통 마진이 꼽히는데 따라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도매시장 간 경쟁을 촉진해 공공성·효율성을 높인다. 도매시장법인은 5~10년 사이의 지정기간이 만료되면 평가를 통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정 취소가 임의 규정으로 돼 있어서 그간 성과가 낮은 법인에 대해서도 지정 취소가 이뤄진 사례는 도매시장 법인 제도가 도입된 1976년 이후 단 6건 뿐이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을 통해 앞으로는 성과가 부진한 법인은 반드시 지정취소를 하도록 강행규정을 마련하고, 신규 법인은 공모제를 통해 지정하도록 한다.

공영도매시장 내 법인 수 기준도 마련해 신규 법인 지정을 의무화 한다. 그간 법인 지정 권한은 지자체의 권한이었는데, 앞으로는 정부가 시장 규모에 맞는 법인 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최대 공영 농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경우 연간 거래 규모가 4조 7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가락시장은 6개의 법인이 운영을 하고 있는데, 해당 법인 수가 적정한지 검토를 통해 신규 법인 지정을 의무화 한다는 것이다. 또 가락시장의 일부 법인에 대한 거래 품목 제한을 해소해 법인 간 수수료 및 서비스 경쟁도 촉진한다.

최대 7%인 법인 위탁수수료가 적정한지도 재검토 한다. 현재 도매법인이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는 경매 낙찰가액(거래 금액) 최대 7%다. 가락시장의 경우 평균 4.7%이고, 이밖의 지방 공영도매시장의 평균 수수료는 6%다. 이 중에서 9개 중앙도매시장 법인을 중심으로 전문 회계법인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위탁수수료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가락시장 법인이 조성 중인 공익기금 10억원도 확대될 수 있도록 해 출하자 지원 등을 한다.



출하 물량을 예측해 사전에 시장 반입 물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가락시장 전자송품장 적용 품목을 현재 6개에서 올해 중 16개 품목, 2027년까지 193개 거래 품목으로 확대한다. 전자송품장은 출하 단계에서 품목·물량 정보를 사전에 입력해 도매시장 반입량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락시장 외에도 나머지 공영도매시장에도 2027년까지 전자송품장 도입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확산시키도록 한다.

경쟁 촉진을 위해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도 활성화 한다. 우선 하반기부터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수산물 거래를 시작하고, 2027년까지 거래 품목을 현재 가락시장 수준인 193개까지 확대한다. 판매자 가입 기준도 현재 연간 거래 규모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환화하고, 청과·축산·양곡·수산 등 거래 부류 간 판매 제한도 폐지한다.

이밖에도 소포장이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무포장(벌크) 유통 환경을 조성해 간다. 사과 등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올해 중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시범 도입을 하고, 참여 유통업체에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등 정부 사업을 우대 적용한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유통 비용 10% 이상 절감을 목표로 농수산물 유통경로 다양화와 경쟁 촉진을 추진하겠다”며 “이번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한편 범부처 협력체계를 강화해 유통 단계별 사재기·가격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지속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