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VIP만 구매 가능"..명품·예술 한정판 불티[찐부자 리포트]

by백주아 기자
2022.11.13 11:12:33

명품 브랜드, VIP 겨냥 '아트 콜라보' 열풍
루이비통, 박서보 작가 등 참여 '아티카퓌신' 전시
전 세계 1200점 완판..한정판 제품 소유욕 자극
디올, 레이디 아트 #7 내년 1월 공개..김민정 작가 참여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해외 명품 브랜드가 VIP 고객을 겨냥한 예술 협업 제품 출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명 작가와의 협업으로 브랜드가치를 제고할 뿐만 아니라 한정판 제품 출시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에 유리해서다. 명품 브랜드의 주요 고객인 VVIP들에게는 누구나 살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제품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아트바젤 파리에 전시된 루이비통 아티카퓌신. 루이비통은 지난 4년간 총 24명의 현대미술작가와 협업해 만든 다채로운 아티카퓌신 컬렉션을 최초로 한자리에서 공개했다. (사진=독자 제공)
지난 12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서울 4층은 루이비통 ‘아티카퓌신’ 전시를 보러온 사람들로 붐볐다. 카퓌신은 루이비통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가방 중 하나다. 루이비통은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세계적 현대미술작가 6인과 협업한 카퓌신 한정판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대표 연작 ‘묘법’과 함께 이를 모티프로 한 카퓌신 백이 함께 전시됐다. 밝은 레드 버건디 색깔의 카프스킨 가죽 위에 독특한 질감의 고무가 도드라진 제품은 원작의 아우라(Aura)를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다. 루이비통은 박 화백이 한국인 아티스트 최초로 아티카퓌신 컬렉션에 참여한 것을 기념해 특별히 대중을 대상으로 전시를 마련했다.

박 화백 작품 외에도 현장에서는 다니엘 뷔랑, 우고 론디노네, 피터 마리노, 케네디 얀코, 아멜리 베르트랑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각기 다른 매력을 담은 카퓌신 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박 화백은 이번 협업에 대해 “작품이 입혀진 아티카퓌신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곧바로 루이비통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아티카퓌신은 예술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대중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날 전시장에 방문한 전소영(28) 씨는 “명품 가방이지만 오히려 예술 작품에 더 가까운 것 같다”며 “어떻게 만들었는지보다 어떤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착용할지 더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 아티카퓌신 컬렉션 전시장에 놓인 박서보 화백의 작품. (사진=백주아 기자)
전 세계 1200점(6개 작품 당 200개씩)만 생산된 이번 아티카퓌신 작품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1100만원대로 일반 카퓌신 제품보다 약 200만~300만원 비싸다. 제품 구매 고객들은 루이비통의 VVIP 회원으로 대부분 실물을 보기도 전에 모두 구매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즉 제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루이비통이 가장 극진히 대우하는 VIP 고객으로 볼 수 있다. 억만금의 지불 의사가 있어도 특별 고객이 아니면 일반인들은 살 수 없는 셈이다.



루이비통 VIP 회원 임모 씨(45·가명)씨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트바젤’ VIP 프리뷰 행사에 초대돼 세계 최초로 공개된 올해 루이비통 ‘아티카퓌신’ 전시를 보게 됐다. 박서보 작가 팬이라 한국 담당 매니저한테 즉시 연락해봤지만 구매가 어려울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며 “특히 박 작가와의 협업 제품은 국내 단 2~3점 입고될 예정이라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VVIP 회원에게 우선 구매권이 돌아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민정 작가가 디자인한 디올 레이디 아트 7. (사진=김민정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명품 브랜드의 아트 콜라보는 VIP 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으로 꼽힌다. 부유층 고객을 타깃으로 국내에 단 몇 점 들어온 한정판 제품에 대한 소유욕과 수집욕을 자극하는 식이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안목과 취향을 만족시키는 측면도 있다.

한 명품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아트 콜라보 마케팅은 각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인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의미에 집중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영역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각사가 자랑하는 제품 가치를 한층 더 높여주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디올은 지난 2016년부터 매해 1월 ‘디올 레이디 아트’를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 론칭된 것은 지난 2019년이 처음이다. 디올은 브랜드의 가장 상징적인 가방 레이디 디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제품을 선보여왔다. 디올은 해마다 VIP를 대상으로 레이디 디올 아트 행사를 진행한다.

디올 관계자는 “모던함과 탁월함의 조화로 매 시즌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하우스의 상징적인 백은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하고자하는 열망의 대상이기도 하다”며 “매혹적인 변신을 거쳐 탄생한 레이디 디올은 디올의 유산과 창조적인 비전을 결합한 독특한 예술 작품으로 거듭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1월 5일 전 세계 동시에 공개될 7번째 디올 레이디 아트 컬렉션에는 한지를 활용한 작품으로 세계 미술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 중인 김민정 작가를 비롯해 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프랑스), 가다 아메르(이집트), 브라이언 캘빈(미국)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들은 이번 주제로 ‘페미니즘과 평화’를 다뤘다. 김민정 작가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디올과의 협업은 정말 엄청난 경험이었다”며 “훌륭한 사람들과 1년간의 노력 끝에 맺힌 결실로 마침내 나는 여자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마리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스카프. (사진=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명품 브랜드의 예술 작가와의 협업은 다양한 제품,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에르메스는 지난 2008년부터 실크 스카프 제품에 예술을 접목하는 ‘까레 드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보다 앞서 에르메스는 1937년 처음 스카프를 세상에 내놓은 이후 유명 작가들에게 실크에 그림을 그리도록 의뢰하면서 ‘핸드메이드 스카프’의 초석을 다졌다. 현재까지 나온 에르메스 스카프 디자인만 2000 종류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찌 가옥 전경. (사진=구찌)
구찌는 국내 두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한남동 ‘구찌 가옥’의 외벽 파사드에 박승모 작가의 와이어 메쉬 작품을 3D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월을 배치했다. 박 작가는 철망과 알루미늄 와이어를 사용한 조형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번쩍이는 외벽은 갤러리에 온 것 같은 차원이 다른 쇼핑 공간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