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척액 급성중독 피해자 벌써 29명…유성케미칼 사태 `일파만파`
by최정훈 기자
2022.03.05 10:51:03
두성산업 16명 이어 대흥알앤티 13명 독성간염 진단
양사 유성케미칼 세척액 사용…"유해물질 기준치이상"
유성케미컬 성분표시 허위 기재…사용 제조업체도 책임
“보호구 착용 등 조치 했어야”…사용업체 89곳 사태 확산 우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유성케미칼의 독성 세척액을 사용한 제조업체에서 급성중독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벌써 29명으로 늘었다.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 두 곳에서만 발생한 피해 규모로, 같은 세척액을 사용한 업체가 89개소에 달해 급성중독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 관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유성케미칼에서 제조한 세척제 사용 사업장 36개소에 대해 1차 조사를 마치고 16개소에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다. 또 제조회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세척제 사용 사업장 89개소에 대해서도 지난달 24일부터 유사 증상자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경남 창원시 소재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수십 명의 근로자가 급성중독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10일 지난 10일 두성산업 근로자 1명이 창원시 소재 병원에서 진단을 받던 도중 직업성 질병 의심 증상을 보여 해당 사실이 관할 지방관서인 창원지청으로 통보됐다.
고용부는 두성산업 근로자 70여명에 대해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실시했고, 16명의 근로자가 최종적으로 급성중독으로 직업성질병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유성케미컬 세척제에 포함됐던 트리클로로메탄에 기준치 6배 이상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달 20일 두성산업의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다음날인 21일 세척액 제조업체인 유성케미컬과 유통업체 등에 대해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유기화합물에 노출돼 발생한 경련, 급성 기질성 뇌증후군 등을 급성중독으로 명시하고 있다.
급성중독 사태는 연일 확대되고 있다. 유성케미칼의 세척액을 사용한 경남 김해시 소재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흥알앤티에서도 근로자 급성중독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대응알앤티에 대해서도 근로자 총 94명에 대한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고, 근로자 13명이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독성 간염으로 직업성 질병 진단을 받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흥알앤티의 일부 공정에서 작업시간을 고려한 노출 기준치의 4.7배에 달하는 트리클로로메탄 노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대흥알앤티의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사항이 있는지 검토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판단될 경우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정식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직업성 질환자 16명이 발생한 경남 창원 두성산업과 관련해 노동부가 지난달 21일 세척제 유통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유통업체 사무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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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성케미칼 세척액으로 인한 급성중독 사태가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이달 중 유성케미칼의 세척제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미 1차 조사를 통해 사업장 16개소에 대해 임시건강진단 명력을 내린 상태다. 또 같은 세척제를 사용한 사업장도 89개소에 달한다. 유성케미칼은 근로자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유성케미칼로 지목되고 있다. 유성케미칼은 세척액을 팔면서 독성물질 성분 정보를 표시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트리클로로메탄이 아닌 ‘디클로로에틸렌’을 적었다. 트리클로로메탄이 디클로로에틸렌보다 세척 효과가 뛰어나지만 그만큼 독성도 강한데, 화학물질 제조사가 판매를 위해 성분을 허위로 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번 사고의 원인이 유성케미칼이라는 판단이 나와도 세척액을 사용한 제조업체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리클로로메탄은 충분한 국소배기장치 설치와 방독마스크 등의 보호구 착용이 이루어지면 초과 노출에 의한 질병재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상세한 내용이 표기되어 있지 않거나 유해성에 대해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한 경우, 반드시 화학물질제조·유통사에 이를 확인하고 근로자들에게 유해성을 충분히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