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발뺌에 G20 기후변화 합의 성과 없이 끝나

by김무연 기자
2021.11.01 08:17:58

파리협약 준수 확인 외에 구체적인 성과 없어
2050년 넷제로 달성에 중러 반대로 합의 못해
중·러 불참에 COP26도 합의도 난항 예상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지난 30~3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서 주요 의제였던 기후변화 관련 협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낸 채 마무리됐다. G20은 파리기후변화 협약 준수에 의견을 모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넷제로(탄소배출 제로) 달성 시점을 구체화하지 못했다.

기념촬영을 하는 G20 정상들(사진=연합뉴스)


31일 로이터통신은 G20 정상들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넷제로 시행 시점을 구체화하는 데 실패했다. 넷제로란 각국의 탄소배출량과 이를 흡수하는 양이 동일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 등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당장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이 2050년이란 기간을 명기하는 데 반대하고 나섰다. 중국은 넷제로 시점을 2060년으로 설정한 상황이다. 러시아 또한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합의문에는 ‘20세기 중반까지’라는 추상적인 단서 조항만 달렸다.



중국, 러시아 등의 태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날 선 비판을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기본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라고 지적했다. 지속가능발전 옹호단체 글로벌 시티즌의 프리데리케 로더 부의장 또한 “G20이 가장 큰 탄소 배출자로서 책임을 지고 행동해야 하는 순간에 반쪽 짜리 정책을 내놨다”고 꼬집었다.

‘탈석탄’ 정책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각국은 올해 말까지 해외에서 추진 중인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데 동의했지만, 자국 내에서 석탄 발전을 어떤 식으로 감축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을 화상 참여할 것을 통보하면서 예상된대로 기후 변화 관련, 전향적인 변화가 도출되지 못했다. 중·러 정상은 이날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도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COP26에서도 의미 있는 기후 변화 협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지난해 평균 농도는 전년보다 2.5ppm 늘어난 413.2ppm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6% 감소했음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외려 늘어난 셈이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우리는 산업, 에너지, 운송 시스템과 전체 생활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