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미영 기자
2020.11.05 06:00:00
집주인도, 세입자도 우울·분노
공시가 인상→전월세 부담 전가→임대료 인상 우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집값이 안올라도 공시가는 오른다니, 보유세 부담을 집주인이 월세로 전가시킬까 걱정이다.”(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A아파트 임차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집값이 안 올라도 보유세 부담이 커지게 돼 집주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문제는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 걱정도 크다는 점으로, 집주인들이 세부담을 세입자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 ‘부동산 블루’(부동산 우울증) 현상이 번지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시가 현실화 방안 추진으로 서울 마포구에 시세 15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집주인이 내야 할 보유세는 올해 243만7000원(재산세194만8000원, 종합부동산세 48만9000원)에서 3년 뒤 408만4000원(재산세 238만2000원, 종부세 169만2000원)으로 두 배가량 뛴다.
공시가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선 재산세율(0.05%포인트)을 감면해주지만,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집값에 상관없이 집주인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서울 송파구의 리센츠아파트 한 주민은 “10년 넘게 살고 있는 집에 갑작스럽게 인위적으로 세금을 끌어올린다니 눈 뜨고 코 베이는 것 같다”며 “주위에 은퇴하고 별 소득이 없는 어른들은 ‘정부가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라면서 격분을 토하더라”고 했다. 강서구 근상프리즘 한 주민도 “아직 주택담보대출도 못갚았는데 지출 늘어날 일만 생긴다”며 “아이 학교 갈 때쯤 무리해서라도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가고 싶었는데 빚까지 생각하면 감당이 안될 것 같다”고 한숨 지었다.
주택임대업자들은 늘어난 세부담을 임대료 인상으로 보전할 수밖에 없단 반응이다. 영등포구에서 임대업을 영위 중인 A씨는 “전세 새 계약 받을 때마다 상한 5%까지 받아 세금을 메울 생각”이라고 했다. 영등포구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열 평 남짓한 오피스텔 전셋값이 작년 1억3000만~4000만원에서 올해 1억 5000만~6000만원으로 오른 상황”이라며 “세금 인상으로 금방 1억 7000~8000만원으로 오를 게 확실하다”고 했다.
세입자들도 좌불안석이다. 7월 말부터 전격시행된 새 임대차법으로 ‘2+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얻었지만 언제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면서 나가라고 할지, 계약이 끝나는 4년 뒤엔 임대료가 얼마나 오를지 불안감이 팽배하다.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잠시 ‘실거주’하다 다시 새 계약을 맺으면서 임대료를 올리는 ‘꼼수’ 현상이 나오면서, 공시가 인상에 따른 전월세 임차료 인상은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나타나리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