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또 파격' 트럼프…바이든과 '코로나 대선' 정면승부(종합)

by김정남 기자
2020.08.25 05:08:46

공화당, 전대서 트럼프 대선 후보 확정
'트럼프 원맨쇼'…바이든과 차별화 나서
"美 경제 V자 반등중…꼭 이겨야 한다"
확진 560만…코로나 대선 누가 웃을까
여론조사 바이든 우세…아직 장담 일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식품의약청(FDA)가 코로나19 혈장치료를 긴급 승인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74)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본격화했다. 공화당이 트럼프 현 대통령을 오는 11월 대선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했다. 이로써 미국의 차기 대권은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조 바이든(77) 후보간 2파전으로 정해졌다.

올해 선거는 사실상 ‘코로나 대선’이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백신 개발 현황 등이 경제 반등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미국 경제의 ‘V자 반등’을 장담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최대 확산국 오명을 비판하며 ‘트럼프 심판론’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공화당은 24일 오전(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첫날 전당대회를 열고 주별 경선 결과를 공개 투표하는 ‘롤 콜(Roll Call)’ 방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최종 지명했다. 공화당 전대는 나흘간 열린다.

이날 전대는 미국 내 50개주와 미국령 등에서 각각 6명씩 336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채 진행됐다. 공화당은 당초 2500명이 넘는 대의원이 함께 할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행사 규모를 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반부터 단 한 명의 대의원도 내주지 않는 독주 끝에 무난하게 대선 후보에 올랐다. 로나 맥 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롤 콜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만장일치로 후보로 지명됐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대 마지막 날인 27일 공식적인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1월 3일 대선은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바이든 후보간 양자 대결로 이뤄지게 됐다.

공화당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에 마이크 펜스(61) 현 부통령을 만장일치 확정했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는 카멀라 해리스(55)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이다. 펜스 부통령은 26일 수락 연설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대선 후보가 수락 연설 전까지 공개석상 등장을 꺼려왔던 관례를 깨고 이날 전대 행사장을 전격 방문했다. 첫날부터 무대의 중심에서 ‘원맨쇼’를 벌인 것이다. 심지어 그는 “4년 더(four more years)”라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구호를 들으며 직접 연단에 올랐다. 지난주 화상으로만 열린 민주당 전대와는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그는 여론조사상 바이든 후보에 다소 뒤져 있는데, 이번 전대에서 차별화 전략을 통해 전세 역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쇼맨십 본능을 보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19 국면에서 경제 반등을 주장하면서 “최근 미국 경제 회복은 급격한 V자 반등(Super V)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증시 호황 △세율 인하 △규제 개혁 등을 열거하며 경제 치적을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훨씬 끔찍한 방향 혹은 훨씬 훌륭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우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하에서 분열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전대에서 롤 콜을 진행하는 와중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CNN과 MSDNC가 롤 콜을 다루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실제 CNN은 메인 페이지에서 공화당 전대 뉴스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반면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생중계했다.

올해 대선은 코로나19 추이가 명운을 가를 게 유력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561만2163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날 하루 감염자는 4만4946명이다. 지난달 25일(7만1714명) 이후 일일 감염자가 다소 줄고 있다는 관측이 일부 있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인도(6만1408명)과 브라질(5만32명)에 이어 세계 3위다. 코로나19 재확산 추이는 미국 경제의 성장 경로와도 직결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식품의약국(FDA)이 공화당 전대 전날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긴급 승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대 첫날 등장해 V자 경제 반등론을 내세운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는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경제보다 방역’을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다른 행보다. 그는 최근 ABC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통제하지 않으면 국가를 제대로 돌아가게 할 수 없다”며 국가 봉쇄 정책을 거론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려면 우선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두 후보간 정책 대결을 직접 볼 수 있는 TV 토론은 다음달 29일, 10월 15일, 10월 22일 등 세 차례 예정돼 있다. 대선 판세를 가를 주요 분수령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우위는 현재 바이든 후보가 쥐고 있다. 정치 웹사이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지난 6~22일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를 보면, 바이든 후보는 50.0%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42.4%)을 7.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다만 남은 두달여간 변수들이 많은 만큼 아직 판세를 가늠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예상을 깨고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제치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 센터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