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동맹 의지 굳건한가

by논설 위원
2019.08.12 06: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는 표현으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제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보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북·미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공개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경고 조치는커녕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의지를 의심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발언이 북한 지도부를 달래려는 의도적 차원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한·미 군사훈련에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그에게 동조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조속히 핵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전날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워게임(war games)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도 그의 생각의 단면을 읽게 된다. 이미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낸 바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렇다 해도 동맹국의 안보는 제쳐둔 채 비용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언론들도 이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을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린치핀 역할을 해온 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심지어 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대놓고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것도 이런 상황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제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 발이 동해상으로 발사됐다. 지난 6일에 이어 나흘 만의 도발로, 올 들어 벌써 7번째다. 북한은 여기서 더 나아가 청와대를 직접 거명하며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한가하게 대화 필요성만 늘어놓고 있다. 이젠 정말로 국민들 스스로 죽창으로라도 무장해야 할 때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