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식 지원 줄이고..금융교육·취업연계 통해 자립 돕겠다"

by유재희 기자
2018.07.26 06:00:00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의 역점 사업은]
채무조정 ''도덕적 해이'' 논란 있지만
평균 1000만원도 못 갚아 사회 소외
서민금융, 갚을 능력 없을 땐 부적절
복지·교육훈련 등 비금융지원 역점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은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금융지원보다 비금융지원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사진=서민금융진흥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최저 생계비를 빼면 원리금 상환조차 어려운 한계 차주가 3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지금 함정에 빠진 상태다.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다. 이들을 함정에서 끌어내 주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사회 공동체의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본다.”

소득과 신용도가 낮아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서민금융이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가계대출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서민 빚 탕감에 속도를 내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적잖은 상황이다.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 초대원장은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채무조정 대상자의 대출원금은 약 1000만원, 연체 기간은 평균 6~7년”이라며 “이들에 대한 채무조정, 빚 탕감을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추심에 시달린다는 것을 고려할 때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이다. 김 원장은 서민금융 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한 사례자가 ‘이제는 전화도 맘편히 받을 수 있고 아무 때나 집에 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고 전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 지원이 비효율적, 비체계적으로 운영되자 컨트롤 타워 총괄기구로 출범한 기관이다. 오는 9월이면 출범 2주년이 된다.

김 원장은 “출범 후 2년간 우후죽순 흩어져 있는 서민금융 서비스를 통합하고 체계화하는 데 집중했다”며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종합적인 금융 지원이 가능한 구조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는 다만 “여전히 중복된 서민금융 상품이 많고 사각지대도 존재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서민금융 상품은 27개에 달한다.

서민금융이 신용등급 6~7등급 지원에 집중되면서 8등급 이하 취약계층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단순히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제외된 건 아닐 것”이라며 “서민 금융도 금융이다 보니 다중 채무자, 채무 연체자는 추가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갚을 능력이 안되는 데 추가 대출을 해준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금융지원보다 복지나 채무조정, 취업 알선 등 비금융지원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앞으로 금융지원보다 비금융지원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단순히 퍼주기식 자금 지원은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이 없고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자금을 또 지원하는 건 그들을 채무 불이행자, 파산자로 내몰 수 있다는 판단이다.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을 통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진흥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진흥원은 이를 위해 수요자와의 접점을 대폭 확충했다.

김 원장은 “한 자리에서 저금리의 자금지원, 신용회복, 고용 · 복지 연계 등이 가능한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를 전국 43개소에 구축하고, 콜센터도 통합 운영함으로써 현장에서 원스톱 · 맞춤형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43개소 중 15개소(연내 21개소로 확대)에는 종합상담사(본사 인력)를 배치해 서민금융 상품과 복지, 취업, 타 기관 지원까지 종합 상담이 가능하도록 했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정부의 복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인지, 확실한 채무 감면과 저리의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한지, 교육과 일자리 알선이 필요한지 등을 따져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는 것.

그는 “취약 계층 중 우리 원을 통해 1년간 300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며 “개인뿐 아니라 자영업자에도 창업·운영 자금 지원뿐 아니라 마케팅, 회계 등 경영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마지막으로 보건복지상담센터 전화번호 ‘129’와 서민금융진흥원 대표번호 ‘1397’을 강조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혼자 끙끙 앓지 마라. 병에 걸렸으면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병을 고칠 수 있다. 혼자 앓다가는 병만 키우고 나중에 치료비도 더 많이 든다. 어려운 건 환경 탓이지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서민금융 지원센터를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