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달아오르는 ING생명 M&A…냉철한 승부사 김병주

by장순원 기자
2018.03.13 07:39:30

5년만에 매각절차 돌입‥KB·신한 관심 커
이미 투자원금 회수…"몸값 최대화해 매각"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아시아 인수합병(M&A)의 귀재’ ‘냉철한 승부사’ 등의 수식어가 늘상 따라다니는 MBK파트너스 창업주 김병주 회장이 이번에도 일(?)을 낼 모양이다. 최근 ING생명에 눈독을 들이는 금융사가 잇따라 나오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M&A시장에선 ‘역시 김병주’란 탄성이 나오고 있다.

ING생명(이하 ING)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핵심 매물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와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의 치밀한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MBK는 최근 복수의 기업에 ING생명 데이터룸을 개방했고,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금융)와 KB금융지주(이하 KB지주) 등이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다. 2014년 인수 5년 만에 ING를 되팔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MBK의 ING 인수와 매각 과정은 극적인 승부의 연속이다. 2012년 KB금융지주와의 매각 협상이 막판에 불발돼 다시 M&A 시장에 나온 ING를 노린 곳은 한 둘이 아니었다. 당시 MBK는 한화생명ㆍ교보생명ㆍ동양생명을 포함한 걸출한 경쟁자와 맞붙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ING를 바닥부터 철저하게 해부했다. 그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양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보다 3000억원 낮은 가격인 1조8000억원(지분 100%)을 써냈는데도 최종승자가 됐다.

당시 인수과정을 지켜본 IB업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인수하기 전부터 생명보험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면밀히 분석했고, 회사를 어떻게 키울지도 사전에 연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 측면에서도 MBK의 네고(협상)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며 “인수를 돕는 과정에서 지켜보면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MBK 같은 대형 사모펀드(PEF)라 해도 짧은 기간에 2조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아 투입하기까지 결단을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김병주 회장의 판단력이 한몫했다.

세계 최대사모펀드인 칼라일 출신인 김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한미은행을 인수했다가 3년 만에 7000억원을 남기고 되팔아 단번에 업계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2005년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딴 MBK를 설립한 뒤 불과 10여년 만에 한중일 3개국에 약 30개 회사를 사들이며 동아시아 최대 PEF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는 회사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충분히 회사를 키울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회사를 인수하기로 유명하다. 이는 M&A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아시아·태평양 M&A 역사상 최고 인수가 기록을 썼던 홈플러스와 정수기 기업 코웨이 인수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김 회장은 회사를 인수한 뒤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 몸값을 높이거나 새로운 자본회수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7조원 넘게 지불했던 홈플러스는 세일즈앤드리스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이랜드그룹의 모던하우스와 시너지를 추구 중이다.

ING 역시 인수 뒤에도 위기를 겪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인수 초기 경쟁력을 갖춘 설계사 이탈이 빈번했으나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신입 설계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2016년 중국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차례 매각을 추진했다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심화하면서 계획이 뒤틀렸지만, PEF가 가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작년 5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분 40.85%를 시장에 팔아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며 상황을 반전시킨 게 대표적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MBK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김 회장이나 MBK입장에서 ING의 성공적인 매각은 이런 우려를 불식할 무대다.

ING 매각 전 초기이지만 현재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MBK 보유 중인 ING생명 지분 59.15%의 시가는 2조4500억원에 수준이다. 시가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가는 적어도 3조원은 넘을 전망이다. 특히 국내 굴지의 금융기업인 신한과 KB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매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MBK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사안이 없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IB업계 관계자는 “ING를 본연의 가치보다 싸게 샀고 회사의 성장 계획대로 키웠으니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자본회수 과정에서도 회사의 몸값을 최대화할 여러 복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