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EV 시승기 - 주행 거리 이상의 가치를 담은 EV
by김학수 기자
2017.04.08 08:46:06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일산 킨텍스에서 서울모터쇼가 열린 가운데 한국지엠이 1회 충전 시 최대 383km를 달릴 수 있는 순수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의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사실 올해 판매 물량은 이미 지난달에 열린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에서 모두 소진되어 버린 상태라 시승을 통해 볼트 EV의 판매량이 바뀌게 될 일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볼트 EV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내심 많은 기대가 되었다.
이번 시승 행사의 코스는 사실 무척 짧게 구성됐다. 서울모터쇼가 열린 킨텍스에서 자유로를 타고 성동IC를 통과해서 해이리 예술마을을 왕복하는 코스였다. 물론 2인 1조로 올 때 한 명, 갈 때 한 명이 타는 만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짧은 코스가 내심 아쉽게 느껴지지도 했지만 볼트 EV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쉐보레 볼트는 4,165mm의 전장과 1,765mm의 전폭 그리고 1,610mm의 전고를 갖춰 해치백과 MPV 사이의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휠 베이스는 2,600mm로 전장 대비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한편 쉐보레 볼트 EV의 공차중량은 1,620kg으로 배터리의 무게감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B 세그먼트 급 차체는 쉐보레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듀얼 포트 그릴을 적용한 전면부는 날렵한 헤드라이트와 스포티한 감성이 돋보이는 실루엣이 더해져 경쾌한 감각이 느껴진다. 전기차 고유의 감성이 강조된 아이코닉 함 보다는 ‘쉐보레 브랜드’를 강조하는 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측면은 윈도우 라인에 곡선과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캐릭터 라인을 통해 전면부의 역동성을 이어간다. 전체적인 형상 외에도 C 필러에 ‘플루팅 루프’의 감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더했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깔끔한 해치백의 감각을 강조한 트렁크 게이트를 적용하여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볼트 EV에는 헤드라이트 라인에 이어 볼트 EV의 레터링을 새기고 리어 콤비네이련 램프 아래에도 볼트 EV의 레터링을 새긴 것 외에는 ‘전기차’의 감성을 드러내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다. 참고로 다이내믹한 감성이 돋보이는 투-톤 타입의 17인치 알로이 휠을 더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쉐보레 볼트 EV의 실내 공간은 깔끔한 디자인과 함께 ‘기술의 발전’이 돋보인다. 일반 자동차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하얀색이 중심이 되는 실내 공간에는 큼직한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를 가득 메우는 10.2인치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끈다. 여기에 쉐보레 고유의 감각이 드러나는 스티어링 휠 등이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실내 내장재에 대한 감각적인 만족도다. 삼각형이 연속되는 독특한 패턴을 통해 입체적인 표면 질감을 드러내는 패널은 촉각, 시각적 만족도가 높으며 플라스틱 패널 역시 일반적인 준중형 차량에 적용되는 수준의 만듦새를 보여 전반적을 만족도가 높다.
게다가 공간적인 부분에서 확실한 매력이 전해진다. 볼트 EV의 1열 공간은 시트 크기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고 또 ‘씬(Thin) 시트를 적용해 단단한 감각을 주지만 레그 룸이나 헤드 룸이 모두 만족스러워 체격이 큰 남성도 공간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2열 공간은 여유로운 세단의 감성이 전해진다. 루프 라인의 형상 덕에 헤드룸이 넉넉한 것은 둘째치고 레그룸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게다가 엉덩이 시트의 길이나 크기도 크며 또 시트의 쿠션 자체도 소프트한 편이라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참고로 2열의 바닥이 평평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한편 트렁크 공간은 미니밴과 해치백의 실루엣을 공존시킨 만큼 체급을 뛰어 넘는다. 총 480L에 이르는 만큼 많은 수화물을 적재할 수 있으며 2열 시트는 6:4 비율로 폴딩이 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짐을 적재할 수 있는 실용성을 갖췄다. 참고로 이 수치는 BMW i3 보다 여유로운 수치다.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150kW를 내는 전기 모터를 장착했다. 이를 마력 기준으로 환산하면 2.5L 자연흡기 엔진이나 1.6L 터보 엔진 수준인 204마력이며 토크 역시 36.7kg.m에 이르는 수준이다. 시스템 상 최고 속도는 160km 정도. 한편 전력은 차체 하단에 배치된 60kWh 규모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공급된다.
쉐보레 볼트 EV의 전력 효율성은 복합 기준 5.5km/kWh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6.0km/kWh와 5.1km/kWh다. 이에 따라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383km(복합 기준, 도심 411km, 고속 349km)이며 급속 충전 약 한 시간 내에 80%를, 완속으로는 완전 충전에 약 9시간 45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쉐보레 볼트 EV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으면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배치한 만큼 다소 높은 시트 포지션이 느껴진다. 조금 더 낮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A 필러의 두께를 조절하고 윈도우 라인에 곡선을 더하며 넓은 시야라는 강점을 얻게 됐다. 이런 시야에 만족감을 가지며 스타트 버튼을 눌러 볼트 EV를 깨웠다.
전자 제어식 기어 쉬프트 레버를 조작해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다른 무엇보다 ‘부드러움’이 전해진다. 사실 전기차의 경우 내연 기관 차량보다 발진 시 저항감이 덜한 것이 특징인데 볼트 EV는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미끄러지듯 발진을 시작한 볼트 EV는 큼직한 계기판에 현재 발휘되는 출력을 계속 표기하며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기록해 주행 가능한 거리를 산출하는 모습이었다. 발진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이윽고 가속 상황에서 더욱 빛이 난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보다 깊게 밟자 볼트 EV는 아무런 예비 동작 없이 곧바로 전기 모터의 힘을 제대로 발휘했다. 계기판 상으로는 제원보다 높은 158kW까지 출력을 냈다. 이 때 운전자가 느끼는 가속감은 상당히 인상적인 수준이라 엑셀레이터 페달을 계속 밟고 싶은 욕심을 끌어 낸다.
고장력강판과 초고장력강판을차체의 81.5%를 적용해 견고한 차체를 만들었고, 쉐보레 고유의 완숙미가 돋보이는 서스펜션의 구성 및 세팅이 더해지며 전체적인 주행 성능의 완성도도 상당했다. 저구름저항 타이어가 장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면에 대한 추종성이 우수하고 차량의 움직임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사실 전기차라고 한다면 다들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데 볼트 EV는 사실 효율성도 효율성이지만 볼트 EV는 그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사실 이런 점 때문에 볼트 EV를 시승하며 주행 템포를 상당히 빠르게 가져갔고 고속 주행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볼트 EV는 버거워하는 모습이 없었고 또 풍절음까지 능숙하게 차단하는 여유를 과시했다.
기존의 전기차와 달리 볼트 EV는 심리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시승 차량의 경우 배터리가 모두 충전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잔여 주행 거리가 300km 이상이었다. 그 수치를 보고는 ‘전기차의 주행 거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완전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심리 상태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이란 기존의 전기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일 것이다.
한편 쉐보레는 볼트 EV를 완성도 높은 전기차로 만들면서 ‘일반적인 자동차’가 담은 재미를 느낄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대부분의 전기 차량들이 엑셀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뗄 경우 곧바로 회생제동을 실시하지만 볼트 EV는 드라이빙 모드를 D와 L 그리고 스포츠로 나눠 주행 스타일에 대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D 모드에서는 일반 내연 기관 자동차의 주행 감각을 강조했고 L은 적극적인 회생 제동을 실시하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스포츠 모드는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른 모터의 반응을 향상시켜 보다 다이내믹한 감성을 강조할 수 있었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 뒤쪽의 디맨드 온 리전 패들을 통해 브레이크 페달 대신 손으로 제동과 함께 회생 제동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더했다.
덕분에 볼트 EV를 운전할 때에는 하나의 페달만으로도 차량을 조절할 수 있고, 주행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디맨드 온 리전 패들을 조작하며 내리막 길에서의 회생 제동을 극대화하는 등 운전자에게 또 다른 운전의 재미를 제시했다. 덕분에 시승을 하면서 브레이크 페달 보다는 디맨드 온 리전 패들과 L 모드를 자주 사용하게 됐다.
물론 이러한 기능들이 전기차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전기차가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의 경우에는 꼭 제동력에 대한 감각이 익숙해질 때까지 몇 번의 연습은 필요했다. 한편킨텍스와 헤이리를 오가는 시승이 끝나고 난 후에도 볼트 EV는 290km를 더 달릴 수 있다고 계기판에 그 수치를 드러내 뛰어난 주행 거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뛰어난 출력, 주행거리 그리고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
아직은 부족한 인프라
여유로운 주행 거리와 뛰어난 출력 그리고 효율과 재미를 추구한 드라이빙까지 볼트 EV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되려 다양한 매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 단 하나의 강점으로만 모든 것이 집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 게다가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분명 경쟁력이 있는 가격을 갖췄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다.
이번 시승은 말 그대로 ‘쉐보레 볼트 EV가 주행 거리 말고도 다양한 매력과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단 두 시간 만에 볼트 EV가 소진 되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는 걸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