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원 아끼려고' 지하철서 노인·학생 행세 얌체손님 급증

by박철근 기자
2017.02.24 06:30:00

부정승차 적발 지난해 4만2800건 달해
2014년 이후 단속강화로 적발건수 증가
노인·장애인·학생 등 우대권 부정사용 증가
메트로 청소년 할인권 적발 2년새 5배 늘기도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경기침체로 삶이 팍팍해진 탓일까? 서울 시민의 발인 지하철 부정승차 사례가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 장애인, 청소년 등에게 발급하는 할인권을 사용하다 적발되는 얌체손님들이 크게 늘었다.

23일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도철)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승차 적발 건수 및 징수금액은 전년(4만2289건·15억원)대비 각각 1.2%(525건), 13.3%( 2억원) 증가한 4만2814건·17억원으로 나타났다. 저점을 찍었던 2014년(3만2108건·11억원)에 비하면 31.5%(1만109건·6억원)이나 급증했다.

메트로·도철 관계자는 “2014년에는 세월호 사건과 2호선 왕십리역 추돌사고 등 굵직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지하철 역사업무의 비중을 안전관리부문에 두면서 부정승차 적발실적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요금을 아예 지불하지 않는 사례는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등이 사용하는 우대권을 부정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의 우대권 부정사용 적발 건수는 2014년 3259건에서 지난해 4974건으로 2년새 52.6%(1715건)나 늘었다. 도철(5~8호선)도 같은 기간 우대권 부정사용적발건수가 9090건에서 1만3276건으로 46.0%(4186건)가 급증했다.

어린이 할인권이나 청소년 할인권을 부정사용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메트로가 적발한 할인권 부정사용건수는 2014년 896건에서 지난해 4747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도철도 같은 기간 할인권 부정사용 적발 건수가 2474건에서 3284건으로 810건(32.7%) 증가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부정승차 현황. (자료= 서울메트로ㆍ서울도시철도공사)
메트로 관계자는 “요금을 내지 않고 승차하면 개찰구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차단기가 작동하는 등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며 “우대권이나 할인권 부정사용은 역무원이 단속하지 않는 한 적발이 쉽지 않아 부정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양심불량 승객들의 부정승차로 인한 역무원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하철 부정승차자는 현행 철도사업법에 해당구간 운임료와 운임료의 30배를 내야 한다. 예컨대 지하철 요금이 1250원인 구간을 부정승차했다면 4만1850원(1350원+1350원×30)이다. 문제는 부정승차로 적발되고도 부가운임을 못내겠다며 버티는 배짱 승객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도철 관계자는 “부가운임을 징수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하는 데 이를 거부하는 승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는 부가운임 납부를 거부하는 승객에 대해서는 부가금 납부 안내서를 보낸다. 납부 안내서를 받고도 부가운임을 내지 않으면 법원 지급명령을 받아 부가운임을 징수한다. 도철은 지난해 상습 부정승차자 2명을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부가운임 외에도 각각 50만원과 30만원을 벌금으로 내야 했다.

메트로 관계자는 “개찰구에 우대권과 할인권 사용시 다른 색깔을 표시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부정승차 단속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역무원들이 부정승차 단속만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정승차는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