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마이너스금리 실험…그 중간 성적표는

by김정남 기자
2016.03.05 07:00:00

''대출금리 큰폭 인하'' 스웨덴 덴마크, 소기의 성과
은행 수익성 악화…자산과 거시 건전성 약화 우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마이너스금리는 이론적으로 예금에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벌금을 매기는 것이다. 유로존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에 더해 일본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 국가의 시중은행이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건 아니다.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만 적용되고 있다. 유로존(-0.3%) 스웨덴(-1.25%) 스위스(-0.75%) 덴마크(-0.65) 일본(-0.10%) 모두 마찬가지다.

마이너스금리 흐름은 일찍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 한 것이다. 그래서 사상 초유의 이 ‘금융실험’의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현재 ‘중간 성적표’는 어떨까. 국제금융센터가 5일 ‘유럽 강소국, 유로존의 마이너스금리 이후 경제상황 비교’ 보고서를 통해 참고가 될 만한 의견을 내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는 내리되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린 스위스의 경우 거시경제가 더 악화됐다. 스위스의 소매판매증가는 마이너스금리 도입 이후 1.2%에서 -0.97%로 하락했다. 경제성장률(0.4%→0.15%)도 둔화됐다.

반면 스웨덴과 덴마크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들 국가의 은행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하한 덕이다. 은행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비용을 ‘내부화’한 것이다. 스웨덴(1.55%→3.38%)과 덴마크(0.26%→1.36%)는 모두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



유로존은 예대금리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렸는데, 역시 -0.26%에서 1.2%로 성장률이 좋아졌다.

그렇다고 마이너스금리 실험이 ‘성공했다’고 보긴 아직 어렵다. 당장 은행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스위스 UBS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분기 1.1%에서 4분기 1.0%로 낮아졌다.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의 은행은 미국과 영국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런 탓에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자산 건전성 저하로 이어지고, 다시 거시 건전성이 약해지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예금금리마저 마이너스를 보이면 예금 이탈로 은행의 대출 감소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면서 “은행 의존도(60~80%)가 높은 유럽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 예금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으로 이전하면서 자산가격의 과열만 부추길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