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장명진 방사청장 추락위기 'KF-X' 띄울까?
by최선 기자
2015.10.29 06:30:00
[이데일리 최선 기자] “KF-X 사업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인 만큼 계획된 기한 내에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박근혜 대통령의 독려에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체계개발에 투입하는 사업비만 8조 8400억원인 초대형 국책사업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이다. ‘2025년부터 전력화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사청 목표에 정치권과 여론은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장 청장은 방위사업비리 척결의 적임자라는 기대를 안고 지난해말 방사청장에 올랐다. 그는 박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로 대학 시절 실험을 같이하고 토론도 자주 갖던 사이였다.
박 대통령이 경제 관료 출신이 주로 앉았던 방사청장 자리에 37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으로서 미사일 개발사업에 매진해온 그를 앉힌 것은 믿을 만한 측근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암초는 방위사업비리와 관련 없는 곳에서 불거졌다. 안 될 줄 알면서도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미국에 KF-X 기술 이전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난 뒤 여론의 질책이 쏟아졌다. 우리 정부는 차기전투기(F-X) 기종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를 선택하면서 구매비용의 반대급부로 기술이전을 요구했다. 우리가 KF-X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4가지 기술을 이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승인권을 쥔 미 정부는 이를 딱잘라 거절했다. 박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직접 미국을 찾아 읍소했지만 헛수고였다.
정부 내에서도 KF-X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다. 예산부터 깎였다. 방사청은 내년도 KF-X 사업 예산으로 1618억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670억원으로 절반 이상 잘라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회는 KF-X 사업이 추진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예산을 통과시키겠다며 버티고 있다. 박 대통령이 KF-X 사업에 힘을 실어준 만큼 예산 삭감은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곳곳이 암초다. 그럼에도 장 청장은 “KF-X는 반드시 우리 손으로 성공시키겠다”고 공언한다.
우선 올해 안에 청장 직속 KF-X 개발사업단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70~80명 규모로 구성되는 사업단은 2025년 개발 완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군 안팎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문가들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장 청장 직속의 KF-X 사업단이 본궤도에 올라 순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예산은 반토막났고 여론은 부정적이다. 유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항공우주연구원 등의 참여도 불투명하다. 국방부 산하 연구소와 공군 등 직접 이해 관계자로만 구성된 조직이 출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장 청장은 “KF-X는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다. 정부와 민간 연구원들에게 분위기를 잘 조성해주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장 청장은 연구원 시절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거리 300km의 한국형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했다. 장 청장이 미사일 개발 당시 보여준 뚝심을 다시 보여준다면 KF-X도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