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 받고 싶은 것은 '현금' 주는 것은 '참치세트'

by김정민 기자
2015.09.19 07:00:00

작년에 팔린 추석선물세트 10개 중 4개가 3만~5만원대
참치·햄세트가 판매 1위·생활선물세트 2위·상품권 3위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현금'' 받기 싫은 선물은 ''양말세트''
조선시대에는 추석선물 없어..핵가족화가 낳은 산물

추석명절 때 사람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현금이지만 실제로는 햄이나 참치등 캔선물세트를 가장 많이 주고 받는다.[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김정민 한정선 기자] 추석 선물은 부모님 등 친지는 ‘현금’, 지인에는 ‘선물세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추석이 다가오면 부모님께 용돈을 얼마나 드릴지, 신세 진 주변 지인들에게는 어떤 선물을 해야 할 지 항상 고민스럽다. 이때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게 ‘주머니 사정’이다.

올해 근로자의 1인당 추석 보너스는 103만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48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허수’가 숨어 있다. 추석 상여금 지급방식을 묻는 질문에 76.7%가 ‘정기상여금으로 지급한다’고 답했다. ‘별도 휴가비 지급’은 17.0%, ‘정기상여금과 별도휴가비 동시 지급’은 6.3%에 그쳤다. 결국 원래 정기적으로 지급해온 상여금을 추석 보너스로 포장만 바꿔 지급하는 셈이다.

이처럼 제대로 된 추석 보너스를 챙겨주는 회사가 드물다 보니, 추석때 주고 받는 선물이나 부모님 용돈이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26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추석 경비와 추석선물’ 설문조사 결과는 추석선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하다.

응답자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복수응답)은 ‘현금’(55.9%)이었다. 이어 한우세트(47.6%), 햄·참치 등 가공식품류(14.9%), 와인·양주 등 술 선물세트(14.0%), 샴푸·비누·치약 등 생활용품 세트(9.7%) 순이었다.

가장 받기 싫은 선물 1위는 ‘양말세트‘(39.8%)였다. 이어 멸치 등 저렴한 건어물 세트(33.6%), 샴푸·비누·치약 등 생활용품 세트(22.0%), 햄·참치 등 가공식품류(13.4%), 김 세트(13.4%), 와인·양주 등 술 선물세트(7.8%) 순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가격대의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는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는 선물 가격 기준으로 참고하면 되겠다. 지난해 추석에 이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선물세트의 가격대는 3만~5만원대로 전체 매출 비중의 34.7%를 차지했다. 이어 2만~3만원대(19.6%), 5만~10만원대(19.5%)가 잘 팔렸고 10만원 이상은 11%에 그쳤다.

롯데마트에서는 3만~5만원대가 전체 매출에서 39.7%를 차지했다. 1만~3만원대가 31.1%, 5만~10만원대가 16.3%로 뒤를 이었다.



종류별로는 참치나 햄 같은 통조림세트가 가장 많이 팔린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이 사업자회원 전문관 비즈플러스의 추석선물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2위는 샴푸, 세제 등으로 구성된 생활선물세트, 3위는 백화점 상품권, 4위와 5위는 각각 김선물세트와 오일선물세트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회사 또는 단체에서는 실속있는 선물세트를 많이 찾고 꼭 챙겨야 하는 분들에게는 10만원 이상의 고가품을 선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부모님께 드리는 추석 용돈은 연령대와 가계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정해진 정답이 없다. 다만 잡코리아 조사에서 직장인들이 올해 추석 경비로 지출할 계획인 예산이 평균 64만 6635원이라는 점을 참고하면 될 듯하다.

추석때 가장 많이 팔리는 선물세트는 햄 참치 등 캔선물세트다.
지난해 겨울에 결혼해 며느리로서 첫 추석을 맞는 송모(32·여)씨는 “결혼할 때 명절이나 생신 때 부부간에 갈등을 막기 위해 항상 양가에 똑같이 30만~50만원씩 드리기로 했다”며 “올해 추석도 양가집에 똑같이 그정도 수준에서 용돈을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취직한 사회 초년생인 김모(26·여)씨는 “부모님께 용돈으로 10만원씩 드리고 외할머니께도 용돈으로 10만원 정도를 챙겨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 ‘추석선물’은 근대화·도시화가 낳은 산물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추석 때 제사를 지내는 큰 집에 일가친척들이 모이면서 제수마련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사음식에 쓰이는 달걀과 고기 등을 가져가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이관우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과장은 “예전에는 부모 자식들이 한집에 살거나 분가해도 한동네에 모여살다보니 명절이라고 해서 자식이 따로 부모에게 선물을 드리는 풍습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동네이웃들끼리 술이나 고기 등을 주고 받으며 음식을 나눠 먹는 풍습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사회가 근대화되면서 대가족이 자취를 감추고, 도시화로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추석선물’ 풍습이 등장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