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우유·가공유 가격 다르게…'차등가격제' 내년 시행

by원다연 기자
2022.09.04 11:00:00

차등가격제 도입 필요성에 낙농가도 공감
195만톤 음용유·10만톤 가공유 가격 적용
원유가 결정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지난 2일 김인중 농식품부차관 주재로 생산자, 수요자, 소비자 등 각 계가 참여하는 간담회에서 논의한 결과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과 원유 가격 결정방식 개선,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 등 정부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작년 8월부터 원유 가격결정 구조를 현행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바꾸는 내용의 낙농제도 개편안을 추진해왔다.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소득 감소를 우려한 낙농가의 반대로 멈춰섰던 협의는 지난 2일 간담회를 통해 재개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 조합장·생산자단체·유가공협회 등 각계 인사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참여자들은 도입 초기에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195만톤은 음용유 가격을, 추가 생산되는 10만톤은 가공유 가격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생산비에만 연동해 가격을 결정하는 현행 생산비 연동제는 생산비 외에 수급 상황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가격결정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도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낙농진흥회는 유제품의 수급조절 등을 위해 설립된 기구로, 매해 원유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사들인 후 유업체에 공급한다. 낙농진흥회로부터 원유를 직접 사지 않는 유업체도 대체로 이 기구에서 결정한 원유 가격을 준용한다.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정관을 개선해 다양한 낙농 관련 안건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한단 계획이다. 또 낙농진흥회 이사회 구성 개편도 검토한다. 현재 이사회는 총 15명으로 생산자 측 7명, 유업체·정부·학계·소비자 측 7명, 이사회장 1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를 23명으로 늘려 소비자·학계 등 중립적인 인사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총회가 낙농진흥회의 최고 의결기구임을 고려해 낙농진흥회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로 회원을 조정하고, 만장일치제도 함께 개선하기로 했다.

생산자 측은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사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가 급격히 올라 경영상태가 악화된 농가가 크게 증가해 원유가격 인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업체에 조속한 원유가격 협상을 요청했다.

유업체들은 음용유 195만 톤은 실제 수요보다 높은 수준으로 원유 구매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차등가격제 도입 의결을 위해 이달 중순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소집한단 계획이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생산자와 유업체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추가 검토하겠다”며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 후 낙농진흥회 내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원유가격 협상도 소위원회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외 원유가격 변화 추이. 한국과 해외 국가와의 가격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생산비에 연동해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 때문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자료=농식품부)
20년간 우유 생산·소비의 변화. 마시는 우유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치즈 등 유제품 소비는 증가하는 추세다. (자료=농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