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근접 소행성을 기회로···한국도 '소행성 탐사' 기대감

by강민구 기자
2021.02.10 05:00:05

''아포피스'', 2029년 지구 근접···3만 1000km 이내로
수만 km 이동 비용 절감하고, 과학적 성과 기대
학계·과기부 필요성에 공감···2029년 탐사 목표로 추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최근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토양을 채취해 귀환하고, 중국의 창어 5호가 달 표본을 가지고 지구로 귀환하는 등 글로벌 우주 탐사 전쟁이 시작됐다. 일본과 중국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미국이 앞다퉈 화성탐사선을 보내는가 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그램에 7개국이 참여해 우주 강국을 꿈꾸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은 자체적으로 달탐사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상황이고, 다른 분야 우주 탐사는 예산이 적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소행성 탐사에 있어서는 기본 개념 연구나 지상 관측에만 머물러 있다.

그런데 절호의 기회가 왔다.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 덕분이다. 이 기회를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대한민국의 우주탐사 능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아포피스는 오는 2029년 지구에 근접한다.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높이 381m)과 맞먹는 지름이다. 이때 지구와 소행성의 거리는 3만 1000km로, 지구정지궤도위성 3만 6000km보다 짧은 거리에 들어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소행성 탐사는 수만km 위치에 떨어진 소행성을 직접 찾아가는데 지구에 근접하는 아포피스를 이용하면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등 항공우주분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준비하면 단기간 내 소행성 탐사 국가 대열에 합류하고 국제협력도 활성화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소행성은 화성의 공전 궤도와 목성의 공전 궤도 사이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작은 천체다. 이 가운데 지구에 근접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근지구소행성(NEA)으로 구분해 지구 충돌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소행성은 광물, 희토류 등 미래 자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경제적인 가치로 주목을 받고 있고, 표면지형·전구 특성 분석 등을 통해 행성 기원과 물질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 가치도 높다. 미국, 일본 등 우주강국을 비롯해 국내총생산(GDP)이 한국과 유사한 러시아, 브라질, 캐나다도 소행성 ‘베누’나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 관련 임무를 추진하거나 탐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한국의 소행성 탐사는 2019년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이 이시구로 서울대 교수팀과 탐사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아이디어가 구체화됐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쎄트렉아이,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연세대 관계자들이 논의에 참여하며 기술 수준을 공유했고, 현재 기술로 충분히 소행성 탐사를 추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문연은 UN 산하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가 주관하는 아포피스 관측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고, 독자적인 아포피스 측광·분광관측 국제 캠페인도 이끌고 있다. 또 미국항공우주국의 민간 달착륙선 탑재체 서비스(CLPS)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 관측, 탑재체 개발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고 있다. 올해 10월 누리호 발사를 앞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로켓 기술력과 기업·대학의 위성 개발 경험이 추가로 더해지면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계획안대로 발사가 이뤄진다면 국산 발사체를 통해 탐사선을 발사하고, 소행성과 탐사선이 나란히 같은 속도로 이동(랑데뷰)하면서 소행성의 구조와 형상, 무게 중심을 파악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아포피스의 크기나 표면물질 분포도 등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외선 우주망원경을 이용하는 측광·분광 장치로 정교하게 분석해 과학적 연구성과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본처럼 소행성 착륙까지는 시도하지 못하고 초소형 로봇을 활용한 탐사활동 방안을 검토중이다.

아포피스 탐사는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많기 때문에 국제 협력 기회도 열려있다. 아직까지 확정된 탐사 계획은 없지만 미국, 프랑스, 대만 등에서 탐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가령 NASA 고다드비행센터는 메릴랜드대 등과 협력해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산학연 전문가들과 초기 단계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가 보유한 기술력을 결합하면 충분히 소행성 탐사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며 “현재 프랑스, 핀란드, 미국에서 문의가 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 아포피스 탐사를 이끌면서 국제 협력도 활성화할 기회”라고 자신했다.

학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소행성 연구 필요성을 공감한다. 다만 국가 우주개발은 막대한 예산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국민,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사업 예상 예산은 발사체 발사 비용을 제외하고 1000억원 이내가 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재정 당국도 설득해야 한다.

천문연은 소행성 아포피스의 지구 최접근을 전후로 아포피스를 탐사하려면 늦어도 2027년 초에는 발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올해 상반기내로 기획 연구를 서두를 예정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제작 기간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과기부도 기획 연구 이후 사업의 실행가능성을 확인해 정책적 뒷받침을 할 계획이다. 이창윤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과학계에서 제안한 연구에 대해 공감하고, 좋은 기회라고 본다”며 “다만 정부와 재정당국 설득이 필요해 소행성 탐사를 위한 운송·탐사 수단을 면밀히 검토해 탐사 의미와 목표를 설정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