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공수처]② 1호 사건, 윤석열 아니면 김학의?…'정쟁' 없는 제3사건 될 수도

by남궁민관 기자
2021.02.09 05:55:00

공수처 수사 체계 구성 잰걸음…2개월 소요 예상
1호 사건에 尹가족·김학의 불법 출금·월성 원전 거론
''정치적 중립''은 변수…보름 간 접수 고소·고발만 100건
檢 속도 낸 수사 섣불리 이첩 시 ''뭉개기'' 논란도 부담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진욱 초대 처장 지휘 아래 수사 체계 구성에 속도를 내면서 처음으로 수사하게 될 1호 사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또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부당 평가’ 등 정쟁화된 사건들이 주로 거론되지만, 그간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강조해 온 김 처장의 행보를 고려하면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적은 사건을 선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수사체계 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처 검사와 수사관을 뽑기 위한 서류 접수를 마감한 데 이어 인사위원회 구성을 위해 여·야 교섭단체에 오는 16일까지 인사위원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수사 체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체계 구성 완료까지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첫 사건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여야 각각 ‘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는 근거를 내세우며 갑론을박이다. 여권은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관련 사건을, 야권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부당 평가 사건을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처장은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다.

다만 그간 김 처장의 행보에 비춰 현재 언급되고 있는 사건들 모두 배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출범했다는 측면에서, 국회에서 지목한 사건을 1호로 수사한다면 그 존재 기반을 흔드는 꼴이 된다”며 “공수처 출범 이후 엄청난 양의 고소·고발 건이 접수되고 있을텐데 수사 체계가 완성되면 이 중 스스로 첫 사건을 선택하는 게 맞고, 그 선택이 어렵다면 여·야 모두의 동의를 얻은 사건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5일까지 보름 동안 공수처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은 이미 100건에 달한다.



특히 김 처장은 이미 공수처 2인자인 차장에 판사 출신 여운국 변호사를 제청하는 과정에서 수사 역량 부족이라는 우려에도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확보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정치적 중립성·독립성과 수사 능력·경험 두 가지를 다 갖추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이 더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사건들은 검찰이 강한 의지를 갖고 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 이첩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야권에서 인사위원회 구성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수사 체계 구성은 김 처장이 예상한 2개월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변수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와 뭉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미 검찰이 상당 부분 수사를 진행해 마무리 단계인 사건을 이첩 받겠다고 하면 스스로 이 같은 우려를 더욱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며 “김 처장이 약속한 이첩 요청 권한에 대한 세부적 규칙이 어떻게 세워질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