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배달해봤습니다…걸어서 '0원'vs자전거로 '6시간 3만원'
by이성웅 기자
2020.09.22 05:30:00
[라이더 24時]③GS25 '우딜'·쿠팡이츠 '쿠리어' 체험해보니
일반인도 도보·자전거로 배달하며 아르바이트 하는 시대
낮 시간대는 3시간 기다려야 주문 들어와
‘불금’ 저녁 되자 배달 끝나면 바로 다음 배달
피크 시간대 공략해야 수익성 보장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배달원 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모습은 오토바이와 헬멧, 검은 다용도 조끼 등이다. 이런 배달 노동의 전형을 바꾼 것은 쿠팡이 2018년 도입한 ‘쿠팡 플렉스’였다. 전문 택배기사가 아닌 일반인이 자차를 이용해 아르바이트 삼아 물건을 배달하는 형식이다. 쿠팡 플렉스 이후 배달은 누구나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됐다.
| 일반인도 할 수 있는 배달대행 서비스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쿠팡플렉스, 우리동네 딜리버리.(사진=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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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플렉스로부터 2년이 흐른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대면 소비의 일상화와 배달 대란을 몰고 왔다. 건당 배달비가 2만원이 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오자 배달에 뛰어드는 이들도 늘어났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배달노동자는 13만여명으로 추정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투잡으로 배달하는 인원까지 합치면 숫자는 한참 늘어난다.
과연 도보나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 편의점 GS25가 선보인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와 최근 고가의 배달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화제가 된 ‘쿠팡이츠’를 직접 체험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딜로는 아직까지 시간대비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기 힘들었다. 정확하게는 아예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는 어느정도 수요가 있었다. 특히 음식점 점포 내 영업이 중단됐던 오후 9시 이후부터가 피크였다.
그러나 2.5단계가 해제되고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오후 6시부터 마감시간인 오후 11시까지 우딜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놨지만 단 한건의 주문도 잡을 수 없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편의점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접근성이 좋아 굳이 배달료와 주문금액을 맞춰가면서까지 배달을 시킬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배달원 데뷔가 무산된 다음날 자전거를 이용해 ‘쿠리어’(쿠팡이츠 배달원) 체험을 다시 시도했다. 음식을 담을 큰 가방에 보조 배터리, 물을 챙겨 점심시간인 오후 12시에 맞춰 업무시작 버튼을 눌렀다. 즉각적인 반응은 없었다. 10여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콜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받은 주문인 만큼 배달비 3500원에 개의치 않고 수락했다. 첫 배달은 스파게티였다. 출발지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음식점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가게에서 물건을 받아 수령 버튼을 누르고 다시 20분가량을 달려 고객의 집에 도착해 약 40분 만에 3500원을 벌었다.
음식을 주문자에게 건넬 때에도 주의가 필요했다. 고객마다 요청사항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생아가 있는 집의 경우 벨을 누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꼭 들어줘야 한다. 또 비대면 시대에 맞춰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 앞에 두고 전화를 걸어달라는 고객도 많았다.
첫 주문을 받고 금세 주문이 오겠지라는 생각에 배달지 인근에서 콜을 기다렸지만 오산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한참을 기다려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지역별 현황판에도 서울 영등포구는 ‘적음’이 떠 있었다.
다음 주문을 받은 것은 무려 3시간이 지난 오후 3시 30분께였다. 즉, 4시간동안 번 돈이 3500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심지어 현재 있는 곳에서 2㎞ 이상 떨어진 치킨집으로 가야했다. 그나마 치킨집에서 배달지까지는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다. 두 번째 배달비는 4200원.
세 번째 주문도 두 번째 배달로부터 1시간 30분가량 지나서야 들어왔다. 워낙 근거리 배달인 탓에 지금까지 받았던 배달비 중 가장 적은 3300원이 들어왔다.
배달을 마치고 또 얼마나 기다려야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할 즈음 바로 다음 주문이 들어왔다. 그 주문이 ‘배달원 불금’의 서막이었다. 그때까지 배달비는 3000원대에 머물렀지만, 네 번째 주문부터 주문이 끊이지 않고 계속 들어왔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를 넘기자 서울 주요 지역의 주문량이 ‘매우 많음’으로 바뀌면서 배달비도 건당 5000원을 넘어섰다. 마지막으로 받은 주문 배달비는 6100원이었다.
| 6시간 넘게 일하고 벌어들인 총 수익은 3만2350원이었다.(사진=이성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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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총 6시간 30분 동안 8건의 배달을 수행하고 벌어들인 돈은 3만2350원이었다. 사업소득 원천징수 3.3%를 제하면 약 3만1280원이 순수익이다. 시급으로 치면 4810원. 올해 최저시급의 절반 수준이다. 일주일동안 누적된 수익은 그 다음 주에 입금된다.
결론적으로 쿠팡이츠로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주문이 몰리는 시간을 파악해 허투루 쓰는 시간을 최소화해야한다. 6시부터 배달을 시작했다면 시급 1만원이 넘었지만, 12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시급이 4000원대에 머무른 것이다. 다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화창해진 탓인지 대란을 불러올 정도의 배달비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