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순원 기자
2020.09.08 06:00:00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 1주년
"사모펀드 사태 무난하게 수습" 평가
코로나 국면서 위기관리 능력 돋보여
"시장원칙 어긋나도 그대로 수용" 비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금융산업을 확 바꾸고 싶어했지만, 그는 소방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금융업계의 평가다.
은 위원장이 오는 9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금융위원장인 그는 취임 일성으로 “금융의 안정, 균형, 혁신’이라는 세 바퀴가 조화롭게 굴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안정을 바탕으로 혁신성장 지원기능을 강화하고, 포용적 금융과 금융산업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맞닥트린 현실은 달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해외금리 연계 결합파생펀드(DLF)와 라임을 비롯한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라 터졌고 ‘코로나19’ 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빠른 시간 내에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혁신금융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원칙을 훼손하는 요구에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금융 포퓰리즘’이 만연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많다. DLF 불완전판매와 라임 환매중단 사태는 그를 시험대에 올렸지만, 그는 강하게 대응했다. 취임 직후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지만,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작년 12월과 올해 4월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대책을 통해 제도를 개편하는 한편 1만개의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하는 강수를 뒀다.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으며 사모펀드 사태를 무난하게 수습해 왔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은 위원장의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발 빠르고 과감한 대처를 통해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직접 매일 시장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대응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얘기를 바탕으로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촘촘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총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포함해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부실을 막는 데 주력했다. 또 공매도 금지, 증권시장안정펀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해 금융시장을 빠르게 안정화하는데 일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 위원장은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며 단련된 대표적 국제금융전문가”라며 “금융위가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평가했다.
혁신금융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마이데이터를 포함해 새로운 산업을 발굴했고,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통해 금융을 통해 혁신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다.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있었지만, 은 위원장은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다.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었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빅테크(대형 IT기업)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오자, 주요 금융사, 빅테크, 핀테크 대표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어 접점을 찾기도 했다. 금융위는 빅테크와 금융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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