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코로나와 '시공간 압축'의 시대

by류성 기자
2020.07.25 09:06:05

박정수 교수의 현미경 ''스마트팩토리''

[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겸임교수]

“작은 것을 연결하여 축적의 힘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 현장, 공급망, 그리고 고객과 접점에 있는 플랫폼(platform & click creation)에서 ‘연결의 힘’을 바탕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경영전략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일컬어 연결을 통한 경쟁, 즉 “네트워크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제조기업은 제품을 주문 받은 뒤 그것을 고려하여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소위 매출 추세 분석을 가미시켜 수요예측을 하고, 그에 따른 전사적인 제조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고객의 물동량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공급 능력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막연한 의사결정 위주로 생산(make-to-stock)활동이 진행되어 왔다. 또한, 생산 설비의 순간 정지의 원인이나 작업자의 휴먼 에러(human error)에 대한 불량개선 방안을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한마디로 ‘깜깜이’ 생산현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생산 현장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야 한다. 시장과 고객이 변화하고 있는 데 생산 현장은 아직도 과거의 생산(make-to-stock) 방식에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개인화 고객과 시장은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미래의 생산(make-to-order)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학의 ‘오스트리아 학파’는 모든 ‘경제적 활동과 사건(economic event)’이 그것에 관련된 특정한 개별 ‘행위자(actor)’의 ‘가치판단(value-judgement)’과 ‘합목적성(rationality)’적인 선택들, 그리고 그 당시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파악했다. 특히 소비자의 주관적 평가로서의 효용을 재화의 가치로써 궁극적으로 생각하고 근대적 인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내면적 합리성으로서 한계효용 체감 · 균등의 법칙을 전개하고 생산재 가치는 소비재에서 파생한다는 귀속이론을 구상하는 등 효용가치론 위에서 모든 경제체계를 구축하였고, 미국에서 뿌리내려 1980년대부터 레이거노믹스로 등장한 뒤, 이로 인해 시작된 구글, 아마존과 같은 벤쳐 혁명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자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제조업의 비용절감과 효율성 증대가 이어진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생산방식(make-to-order)과 적시맞춤(fit-in-time) 생산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맞춤형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이 절실하다.

198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는 최초로 ‘올해의 인물’에 사람이 아닌 개인용 컴퓨터, 즉 PC를 선정했었다. 이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작과 역사적 변화를 알리는 상징과도 같았다. 컴퓨터가 1980년대 이후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우리는 이미 목도해 온 바 있다. 이런 사실과 함께 증기기관 또한 산업혁명을 추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량되기 위해 여러 세대가 지났듯이,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추진 역량이 개선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작과 변화의 중심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피부로 직접 느끼기에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할 수 있겠으나, 제조업들은 하루 하루가 예상하지 못한 경험의 연속이다.

역동적인 세계 경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제조업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고객의 통찰력, 내부 프로세스 및 비즈니스 운영에 대한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통찰력을 발견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복잡한 데이터 집합이 생성되며, 이는 반드시 현장 경험과 전문 지식을 겸비한 숙련된 전문가들에 의해 관리, 분석 및 조직되어야 한다. 그동안 사용해 온 정형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새롭게 가치가 증명되고 있는 비정형 데이터에 대해 방대한 데이터 수집으로 집대성하여 우선적으로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시켜야 한다.

스마트팩토리는 기업의 자원을 속도 지향적으로 구축하여 사이버-물리적-사회적으로 상호 연결되어야 한다. 인간 중심에는 소셜 센서, 머신 중심에는 사이버-물리적 시스템(CPS), 노드(node), 소셜 인터랙션(social interaction)이 있다. 또한, 분산 생산 제어를 위한 제품 중심에는 스마트 제품을 통합하는 소셜(social) 제조 환경에서 개인화된 제품 생산으로의 사이버-물리적-사회적 시스템(CPSS: Cyber Physical Social System)을 제안한다.



다중 역할 분산 생산 제어 메커니즘은 사이버-물리적-사회적 시스템(CPSS) 지원으로 개인화된 제품 생산 시스템의 민첩성, 대응성, 유연성 및 조정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준비되어야 한다. 사이버-물리적-사회적 시스템은 맞춤형 제품 생산을 위해 글로벌 사이버-물리적-사회적 융합과 지역 마케팅(Area Marketing)까지 활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프레임웍(framework)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기반 제조 모드(manufacturing mode) 혁신과 지능형 생산 공정 제어 분야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스마트팩토리의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다.

더 나아가 네트워크의 본질과 관련해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토폴로지(topology)다. 통신 분야에서의 토폴로지는 네트워크의 구성 형태와 형상이다. 통신 노드의 외형적인 연결 모양, 통신망을 구성하기 위한 물리적 결선 방식, 다수의 디바이스가 통신 링크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방식·형태·모양을 의미한다. 또한 수학에서의 토폴로지(위상)는 주어진 공간에서의 집합론적인 연구, 해석학적인 연구 등을 하는 분야이며 적용상의 구분은 집합론적인 위상수학, 대수적 위상수학, 위상해석학 등이 있다. 아래 그림은 네트워크 토폴로지(network topology)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성균관 대학교 대학원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박정수 겸임교수


4차 산업혁명은 통신혁명의 시대이며, “토폴로지” 시대이다. 제조업의 새로운 전략은 바로 “시공간 압축”이라는 인간의 시간 감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1966년 미국의 사회학자 도널드 제널(Donald Janelle)이 처음 정의한 개념으로 운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리적인 거리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공간 압축 현상은 비대면 시대에 온택트(ontact) 현상을 떠오르게 한다.

물리적인 거리는 인류사에 중요한 개념적 감각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의 기업 경쟁과 권력 투쟁이 공간적인 지배와 영토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제는 다름 아닌 “시간과 속도”이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시간”은 돈이 되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속도”가 그 핵심이 되고 있다.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변하는 린 생산(lean Production)의 핵심인 JIT(just in time)은 시간이 비용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인 FIT(fit in time, 적시맞춤)은 속도가 비용이다. 우리는 속도로 기업을 알아보고, 속도로 발전을 판단한다. 속도는 인간의 인식에 영향을 미쳐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구글의 연구에 의하면 클릭 크리에이션(click creation) 시대의 검색 시간이 1초에서 10분의 1초 미만으로 줄어들자 사용자의 행동이 변했다고 한다. 이처럼 속도는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꾼다. 2019년 11월 11일 알리바바가 달성한 중국 광군절 하루 매출 45조의 의미도 속도다.

이처럼 토폴로지(topology)를 통해 거리, 속도, 힘을 함께 융합시키는 기술은 사물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지만 사실 모든 것은 연결된 속도와 힘에 따라 “입지 효용”이 바뀐다. 똑같은 거리라도 더 빠른 속도로 연결되면 더 유력해지거나 중요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속도의 시대’에 맞는 전략(적시맞춤, fit in time)을 만들어야 한다.

제조업의 미래는 기업의 속도, 가능성, 유연성을 위해 맞춤형 직원(staff on demand)은 기본이며, 그러한 사회적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스마트 팩토리는 시대적인 명령이다. 정보 설계가이며 ‘분류의 역사’의 저자인 알렉스 라이트(Alex Wright)는 인간의 유전자에는 분류를 하고자 하는 속성이 깃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분류라는 행위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소통했으며,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그리스 도서관에서 중세 암흑시대 수도원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컴퓨터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해 왔다. 여기서도 분류의 목적은 속도이다.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서 사용자가 인식하기 쉽도록 정보들을 제공해야 한다. 그 출발은 “정보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을 “정보구조(information structure)”라 부른다. 그 내용은 계층 구조, 계열 구조, 그리고 네트워크 구조가 있다. 정형 데이터는 물론 비정형 데이터 역시 구조화(Structurization)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 또한 그 목적이 속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을 일컬어 연결을 통한 경쟁, 즉 “네트워크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 관리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목적은 적시맞춤(fit-in-time)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 핵심에는 “속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