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다운 기자
2018.08.17 08:00:24
사회초년생 윤슬기(25)씨는 평소 음성통화를 두려워한다. 윤씨는 '콜포비아'(통화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음식 배달 주문 전화도 두려운 탓에 전화를 걸기 전 '대본'을 작성하고 예행연습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 윤씨는 음성통화보다 배달앱을 선호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내에서 막내인 그는 괜한 전화를 받았다가 말 실수할까 봐 두렵다. 웬만한 업무 소통은 메신저나 문자로 대신하는 편이다.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모바일 메신저(44.9%)를 꼽았고 음성통화(38.1%)와 문자(17.0%)가 뒤를 이었다. 또한 '음성통화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전화를 피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5.1%에 달했다.
이렇듯 평소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모바일 메신저에 과하게 의존하다 보니 음성통화보다는 메신저에 더 익숙하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친절한 직원·점원의 태도를 미덕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의 청년들은 직원·점원의 친절함과 적극성을 부담스러워한다.
대학생 윤지연(21)씨는 평소 화장품을 구매할 때 미리 인터넷으로 사용 후기를 검색해 본 뒤 매장을 방문한다. 매장 내 점원과의 대화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지난 2016년부터 매장 앞에 '혼자 볼게요' 바구니와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둬 고객과 점원의 불필요한 대화나 접촉을 방지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객이 들어오면 먼저 말을 걸고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친절한 서비스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손님 각자의 혼자 있는 시간을 인정해주는 '침묵'의 서비스가 새로운 쇼핑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면 접촉을 피하는 청년들 사이에 '언택트(Un-Contactㆍ비대면) 문화'가 뜨고 있다. 김난도 교수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올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언택트 문화'를 제시했다.
'언택트'란 접촉(contact)를 끊는다는 의미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서비스를 뜻하는 신조어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주문)라든지 카카오택시가 그 예다.
현재 20대는 음성통화도 대면 접촉도 부담스러워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한 채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이 '언택트 문화'를 지향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초 연결 사회 속 피로감'을 꼽는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나 문자 등을 통한 간접적 의사소통이 익숙해져 생긴 현상"이라며 "간접적 의사소통에 익숙해지면 개인의 경계선이 뚜렷해지는데 타인이 그 경계선을 넘어서려 한다고 느낄 때 불편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택트 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서적 부재'를 꼽는다. 개인적으로 편안하지만 결국 이러한 패턴에 자주 노출되면 인간관계에서 겪는 갈등에 대해 인내력이 약해지고 외로움을 더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 교수는 "이러한 것도 한 시대의 유행이어서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듯 하다"며 "이미 오랜 세월 트랜드에 대한 대중의 자정 능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음 트랜드가 새로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승관 기자, 정다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