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희주 기자
2018.08.04 08:00:40
역주행으로 모녀 4명을 다치게 한 60대가 경찰에 입건됐다. 경남 합천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A(6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40분께 국도 33호선 신평교차로 부근에서 스포티지 차량을 몰다가 모닝 승용차를 정면으로 충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철제 분리대가 있는 왕복 4차로에서 1∼2㎞가량 역주행했다. 해당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어머니와 딸 3명이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중 막내딸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초행길에 도로를 잘못 진입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얼마 전 시속 40km 제한인 공항 도로에서 100km 넘게 주행한 운전자가 택시 운전기사를 들이받은 사건이 일어났다. 현재 피해자는 의식불명 상태다.
이는 김해공항 사건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도로 위에서도 '과속'하는 차량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일반도로의 적정 속도는 60km지만 지키는 운전자는 손에 꼽는다. 고속도로는 8할이 과속 차량이다. 암묵적으로 과속이 당연 시 되는 상황이다.
설문 조사 회사인 트렌드 모니터가 조사한 결과에서 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 이하로만 달리는 것은 융통성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 동의하는 의견이 를 차지했다.
김기응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안전처장은 "과속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운전자는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과속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법 위반 행위라 생각하지 않아 과속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처장은 "과속의 이유를 빨리 가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일반 도로에서 과속 주행 시 기껏해야 2~3분 단축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습관적인 과속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과속이 당연한 나라에서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규정 속도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속도를 지켜 운전하는 박정현(27)씨는 늘 뒷차의 압박 때문에 힘들다. '운전을 왜 이렇게 답답하게 해'라며 욕설을 듣거나 뒷차의 경적 소리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과속하는 차량 때문에 사고를 당한 적도 있다.
박씨는 "이게 당연한 건데 저를 오히려 답답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니까 짜증난다"며 "남들이 다 하니까 20~30km 과속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음주운전
음주운전은 과속 다음으로 도로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도로 위 무법자의 단골 메뉴다. 매년 4만건이 넘는 음주운전이 행해진다. '엔카잡'이 남녀 운전자 9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5%가 음주운전을 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경험이 있다는 지시언(30)씨는 "술을 마셔도 정신은 멀쩡하다"며 "차로 15분 정도 거리인 집까지 운전하는 데 대리비를 쓰는 건 아깝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술을 마시면 신체기능이 저하되지만 기분은 반대로 좋아지게 된다"며 "사리분별력이 떨어진 운전자가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음주운전을 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선 5030 프로젝트를 통해 도로 위 속도 제한을 강력하게 하고 있고 음주운전 처벌 역시 강화하고 있지만 완전한 단절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도로 위 사고는 모두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무시하는 안전불감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운전자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